네타냐후 “다음 단계 다가온다”…이란은 “레드라인” 경고장
NYT “수만 병력, 2006년 레바논 전쟁 이후 최대 규모 침공”
헤즈볼라·시리아도 개입할 가능성…중동 확전 ‘일촉즉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가 1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 근처에 주둔한 이스라엘 군부대를 방문해 지상군 투입을 기정사실화했다. 이스라엘이 수만명 병력을 투입해 2006년 레바논 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침공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이란과 레바논 헤즈볼라, 시리아 등 ‘시아파 벨트’는 일제히 이스라엘을 향해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 “(전쟁에) 개입하겠다”고 밝혔다. 지상군 투입을 단행할 시 확전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한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가자지구 외곽 군부대를 찾아 “준비가 됐는가. 다음 단계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방탄조끼를 착용한 네타냐후 총리는 군인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독려하는 장면도 연출했다.
이스라엘 국방부 또한 성명을 내고 “공중, 해상, 지상 작전을 포함한 포괄적인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네타냐후 총리 발언과 국방부 성명에 대해 “가자지구 침공 준비가 마무리됐다는 사실을 가장 명확하게 밝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NYT는 또 복수의 이스라엘 장교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지상전에는 군인 수만명이 투입되며 이는 2006년 레바논과의 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침공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당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병사 2명을 납치하자 약 3만명의 병력을 동원해 보복 공습을 단행한 바 있다.
이에 하마스를 지원해온 이란은 ‘사태 개입’을 직접 언급하며 이스라엘에 경고장을 날렸다. 유엔본부 이란 대표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와 대량 학살이 중단되지 않으면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했고,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도 “이란엔 ‘레드라인’이 있으며,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실행한다면 이란도 이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는 이에 “이란과 협력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며 답했다.
이란과 함께 ‘시아파 벨트’를 형성하고 있는 레바논 헤즈볼라와 시리아 무장단체의 전면 참전 결정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란이 분쟁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할 경우 전쟁이 다른 중동 지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헤즈볼라와 시리아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헤즈볼라는 이날 성명을 내고 “시온주의자(이스라엘)가 점령하고 있는 셰바 농장 진지 5곳에 유도탄과 박격포탄 공격을 펼쳤다”고 밝혔다.
셰바 농장은 이스라엘이 장악한 골란고원과 레바논 남부 사이에 있는 분쟁 지역이다. 이스라엘은 곧바로 대응 사격에 나섰고 헤즈볼라 대원 1명과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 차히 하네그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헤즈볼라가 레바논이 파괴되는 결과를 자초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시리아에서도 이스라엘을 향한 미사일이 발사됐다. 이에 이스라엘은 시리아 북부 알레포 국제공항에 지난 12일에 이어 재차 포격했다. 시리아 당국은 “이번 폭격으로 활주로가 다시 망가져서 공항 기능이 일시 마비됐다”고 발표했다. 나아가 이스라엘 고위 관리는 로이터통신에 “이란이 시리아에 무기를 배치해 2차 전선을 만들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서도 충돌이 격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지난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한 후 지금까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 5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사망자 대부분은 이스라엘 규탄 집회에 참여했던 주민들로, 이스라엘군이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영국 가디언 등은 전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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