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앞에선 ‘NO재팬·혐한’ 없었다…우리군에 찬사 쏟아낸 일본
14일 새벽 텔아비브 이륙해 밤늦게 韓 안착
탑승객 가족들, 공항서 서로 부둥켜안고 안도
정부, 인도적 차원서 日에 일본인 탑승 제안
日언론, 자국민 韓군용기 탑승 비중있게 보도
日외무상, 박진 장관에 전화해 감사 표시해
지난 14일 외교부와 국방부는 이스라엘에 체류하고 있던 한국인들과 일본인 51명, 싱가포르인 6명을 태운 공군 KC-330 ‘시그너스’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가 이날 오후 10시 45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안전하게 도착했다고 밝혔다.
군용기가 착륙하고 탑승객들이 트랩에 모습을 드러내자 공항에 마중 나온 가족들은 손을 흔들며 환영했다. 무사히 고국으로 돌아온 국민들은 가족들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면서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정부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이 격화되는 가운데 민간 항공사들의 운항이 어려워지자 지난 13일 군 수송기와 신속 대응팀을 현지에 파견했다. 또 교민과 군 병력의 안전 을 위해 외교부 출입기자단에 ‘엠바고(시한부 보도유예)’로 관련 내용을 상세히 설명했다.
군 수송기는 13일 오후(현지시간) 텔아비브에 도착했고 이튿날 새벽 한국을 향해 이륙했다. 정부는 군용기가 이스라엘을 빠져나와 통상적인 항로에 진입해 안전이 확보된 14일 오전 9시(한국시간)에 이를 공식 발표했다. 수송기는 제3국에 기착해 급유한 뒤 같은 날 밤늦게 서울공항 활주로에 안착했다.
정부는 지난 4월 수단 교민 철수(프라미스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인도적 차원에서 현지 대사관 직원 등 일본인 51명과 싱가포르인 6명을 함께 철수시켰다. 정부는 ‘시그너스’ 수송기의 가용 좌석 230여 석 가운데 탑승을 원하는 한국인을 채우고도 좌석에 여유가 생기자 일본 측에 탑승을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후 뉴스 포털을 통해 노출된 해당 기사에는 한국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고 일본 정부의 느린 대응을 꾸짖는 댓글이 수천개 달렸다. “한국의 인도적인 행동에 감사한다, 양국 간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 질 것이다”는 댓글에는 ‘좋아요’가 1만개가 넘게 표시되기도 했다. 일부 일본인들은 평화헌법으로 인해 일본 자위대의 군 수송기가 자유롭게 작전을 펼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도 14일 긴급히 마련한 전세기를 텔아비브에 보내 일본인 8명을 두바이로 대피시켰다. 이 과정에서 1인당 3만엔의 비용을 받은 점과 일본과 멀리 떨어진 두바이로 대피시킨 것을 놓고 일부 네티즌들은 “세금이 아깝다”며 해당 기사에 비난 댓글을 달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가용한 항공기 중에 가장 빨리 신속히 투입할 수 있는 것이 군용기”라며 “일시에 (출국 수요를)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프라미스 작전 때처럼 한국과 일본인 해외 위급상황에서 상호 협조를 제공한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14일 현재 이스라엘에 아직 체류 중인 한국인을 약 450명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장기 체류자가 440여 명이고 단기 체류자는 10명 안팎이다.
외교부는 “장단기 체류자 중 일부는 수송기로 귀국했다”면서 “또 단기 체류자 일부는 외국 항공편을 통해 전날 출국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우리 국민들은 안전한 것으로 확인되며 추가로 안전 확보 방안을 강구 중”이라며 “출국을 희망하는 우리 국민들에 대해 외국 항공편 및 육로를 통한 출국을 안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이번 임무에도 공군의 ‘시그너스’ 수송기를 투입했다. 이 항공기는 지난 4월 내전이 격화된 수단에서 교민 철수를 위해 ‘프라미스 작전’을 전개할 당시에도 현지에 투입돼 한국인과 일본인 등을 무사히 귀환시킨 바 있다.
‘시그너스’ 수송기는 지난 2021년 5월에는 코로나19 백신 수송작전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같은 해 8월에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장악했던 급박한 순간에 카불 공항에서 현지인 특별 기여자들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미라클 작전’에 투입됐다. 이 밖에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요소수 긴급 공수작전 △튀르키예 긴급구호대·물자 수송에도 투입돼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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