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노] 캄보디아에 도서관 100개 짓기로 결심한 어른들

허시언 기자 2023. 10. 15.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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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캄보디아 도서관 100개 짓기 희망팀’ 꾸려
캄보디아 아이들 위해 도서관 짓기 프로젝트 진행 중
1, 2호 도서관 개관… 3, 4호 오는 11월 문 열 예정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이 한 명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많은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해요. 어른에게는 아이들이 잘 자라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죠. 아이들은 우리의 과거이자 미래이니까요. 하지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에요. 아이들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하고, 희생을 동반하는 일은 무엇이 됐든 쉽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한국 어른들이 캄보디아 아이들을 위해 도서관 짓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선뜻 나서기 어려운 일을 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어른들이 누군지 궁금해 라노가 취재해 봤습니다.

캄보디아 시엠립에 개관한 파릇파릇 도서관 1호. 김여나 작가 제공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좋은 교육과 적절한 보호 속에서 자라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못해요. 모든 국가가 우리나라처럼 양질의 교육 환경과 교육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인데요. 조금만 둘러봐도 읽기 쓰기와 같은 아주 기본적인 교육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나라가 많아요. 캄보디아도 마찬가지예요. 교육 환경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열악하다고 하는데요. 교육의 질이 높지 않고, 학력기준은 떨어집니다. 문맹률은 높고, 음악 미술 체육 등의 예체능 과목은 학교 교육과정에 포함돼 있지도 않죠. 도서관 같은 공공시설도 부족합니다. 캄보디아 아이들은 주변에서 그림이나 글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도서관 짓기 프로젝트는 2018년 박민주 대표와 김여나 동화작가가 캄보디아 시엠립에서 한 달간 함께 살며 나눈 이야기로부터 시작합니다. 평소 책이 없는 환경에서 자라나는 캄보디아 아이들을 안타깝게 여기던 박 대표가 “우리 집에 남는 방 하나를 도서관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한 것에 김 작가가 “같이 하자”고 응수했죠. 캄보디아에 20여 년간 거주하며 오랜 시간 봉사활동을 해왔던 박 대표는 아이들에게 책 속에서 길을 찾는 법을 알려주고 싶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김 작가는 누구나 평등하게 배울 수 있는 공간을 아이들에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죠.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프로젝트에 뛰어들었습니다.

프로젝트에는 변석영 사무국장, 임정진 동화작가, 윤미경 동화작가, 송영숙 동시작가도 참여하게 됩니다. 변 국장은 후원품을 총괄적으로 관리해 캄보디아로 보내는 일을 맡았습니다. 변 국장은 “프로젝트의 취지가 좋아 협력하게 됐다”고 답했습니다. 임 작가는 주변에 어린이책을 다루는 사람이 많은 환경을 이용해 동화책을 기부받았습니다. 임 작가는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주고 싶었다”고 말했죠. 윤 작가는 그림 실력을 발휘해 도서관 외벽을 그림으로 꾸미기로 합니다. 윤 작가는 “내가 가진 재능으로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전했습니다. 송 작가는 도서관 운영 경험을 살려 어떤 책을 기부하면 좋을지, 아이들에게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등 도서관에 관련된 자문에 나섰습니다. 윤 작가는 “아이들이 ‘도서관 할머니’라고 불러주길 원한다”며 웃었죠.

캄보디아 아이들에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뭉친 여섯 명의 어른들은 캄보디아에 도서관 100개를 짓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도서관 100개 짓기 희망팀’을 꾸렸습니다. 각자의 목표와 역할을 가지고 프로젝트에 전념했죠.

코로나19로 인한 역경을 뛰어넘고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4년 만인 2022년 11월 22일, 캄보디아 시엠립에 ‘파릇파릇’이라는 이름을 가진 1호 도서관이 개관했습니다. 1호 도서관은 처음 계획했던 대로 박 대표의 집에 만들어졌죠. 1호 도서관을 완성하자 캄보디아 교육부도 프로젝트에 적극 동참하기로 약속합니다. 그렇게 기장동화창작회 김 작가는 교육부와 업무 협약을 맺게 되죠. 협약에 따라 교육부는 향후 도서관 개관을 위한 부지 물색과 도서관 물품 통관 절차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돕게 됩니다.

론다익 훈센초등학교에 개관한 파릇파릇 도서관 2호. 김여나 작가 제공


2호 도서관은 지난 5월 23일 론다익 훈센초등학교에 만들어집니다. 캄보디아 교육부의 부지 선정에 따라 초등학교 안에 자리를 잡게 되죠. 오는 11월 21일에는 메본초등학교에 3호 도서관이 개관하고, 11월 23일에는 론다익 훈센중학교에 4호 도서관이 문을 열게 될 예정입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듯, 전국에서 학용품과 그림책 후원이 들어왔습니다. 도서관에 기부되는 책은 우리나라 동화책이나 영미권 동화책인데요. 선교사나 선생님이 캄보디아어로 번역해 읽어줍니다. 아이들은 눈으로는 알록달록 그림들을 보면서 귀로는 또박또박 들리는 동화를 듣게 됩니다.

‘도서관 100개 짓기 프로젝트’를 알게 된 기장군 시민들은 캄보디아에 후원할 물품을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정관노인복지관에서 오일파스텔화 수업을 듣는 어르신들은 아이들을 위해 그림을 그려 기부했습니다. 이 그림들은 도서관 벽에 걸릴 예정이에요. 사진과 그림엽서 기부도 들어왔습니다. 칫솔치약세트와 수건 등 생필품 후원이 들어오기도 했죠. 이렇게 많은 마음이 모여 캄보디아로 전달되고 있습니다. 정관노인복지관 금동숙 관장은 “교육을 받지 못하면 직업을 갖기 힘들고 계속 가난한 환경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도서관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며 “필요한 사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복지관에서 그림도 기부하고 십시일반으로 수건도 모아 전달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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