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기현 2기’로 봉합한 여권 쇄신, 환골탈태할 수 있는가
국민의힘이 15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김기현 대표 주도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쇄신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전날 일괄 사퇴한 임명직 당직자 8명의 후임에 수도권·충청권 등 비영남권 인사 위주로 배치하고, 당을 총선 준비 체제로 조기 전환하겠다고 했다. 민심 경고장을 받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기조 전환 의지를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김기현 2기’로 봉합을 시도하는 것이다.
의원총회 결과, 국민의힘은 보궐선거 책임론이 제기된 김 대표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당은 혁신기구와 총선기획단을 출범시키고, 인재영입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다수파인 친윤계가 비주류 측의 김 대표를 포함한 선출직 지도부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요구를 일축하고, 단합론을 앞세워 위기 돌파의 총대를 멘 격이다. 김 대표는 당정 관계 재정립 요구에 “당과 정부의 소통을 강화하고, 국민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수습 방안은 윤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선거 결과에서 교훈을 찾아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당에 주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를 ‘비대위 체제는 해답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자 다음날 이철규 사무총장, 박성민·배현진 사무부총장, 박대출 정책위의장,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 등 임명직 당직자 8명이 일괄 사퇴했다. 윤 대통령 책임론을 차단하기 위해 친윤계 임명직들이 사퇴하고, 김 대표가 새 진용을 꾸려 수습을 주도하는 그림이다. 윤 대통령은 여당 책임론 뒤에 숨고, 여당 지도부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상황을 모면할 궁리만 하는 것 아닌가. 이는 윤석열 정부 국정기조를 전면적으로 전환하라는 ‘선거 교훈’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선거 패배 후 가장 달라져야 할 사람은 윤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이 인식과 태도를 바꾸지 못한다면, 여당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고 정부를 채근해야 건강한 당·정·대 관계가 정립될 수 있다. 김 대표는 3·8 전당대회에서 ‘윤심’을 등에 업고 당선된 후 여당을 용산 출장소로 전락시킨 장본인이다. 김 대표가 윤 대통령 눈치를 보지 않고 제대로 민심을 전달할 수 있을지, 윤 대통령이 국정에 반영할지는 현재로선 회의적이다. 여당이 눈높이를 맞춰야 할 대상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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