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재수는 옳았다' 달라진 위상, 토종 다승 1위 커리어하이로 화답 '토종에이스의 위엄'
[마이데일리 = 잠실 심혜진 기자] LG 트윈스 토종 에이스가 맞다. 사령탑이 믿음으로 밀어줬고, 기대에 부응했다.
임찬규는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홈 최종전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4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임찬규는 지난 시즌 23경기에서 6승 11패 평균자책점 5.04로 부진했다. 지난 겨울 FA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FA 재수를 선택했다.
그의 선택은 옳았다. 명예회복과 동시에 따뜻한 겨울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올 시즌 데뷔 후 최고의 순간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경기 전까지 29경기 139이닝 13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3.50으로 좋은 성적을 올렸다.
시즌 출발은 불펜이었으나 국내 선발진이 부진과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임찬규에게 기회가 왔다. 그리고 그는 기회를 꽉 잡았다.
이미 2018년 개인 최다승이었던 11승을 넘어섰고, 평균자책점도 최고 성적이었던 2021년의 3.87보다 좋다.
그렇게 임찬규는 LG 토종 에이스가 됐다.
사령탑인 염경엽 감독도 임찬규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염경엽 감독은 "임찬규가 생각을 바꿔준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 스피드 보다는 완급 조절을 통해 승부를 하면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면서 "팀이 무너질 수 있을 때 버티게 해줬다. 우승에 찬규 지분은 10% 정도 줘도 될 듯하다"며 극찬했다.
임찬규의 위상은 확실히 달라졌다. 홈 최종전 선발 등판이라는 특명을 안았다. 토종 에이스에게 주어지는 대우다.
2회 잠시 흔들리기는 했지만 3회부터 5회까지 퍼펙트 피칭을 선보이며 마침내 규정이닝 달성에 성공했다.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임찬규는 정수빈과 조수행을 막은 뒤 로하스와 양석환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다.
여기까지였다. 임찬규는 LG 팬들의 박수 속에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그는 모자를 벗고 화답했다. 이어 올라온 백승현이 실점하지 않아 1실점 호투로 마쳤다. 이날 최고 148km 직구 40개, 커브 33개, 슬라이더 1개, 체인지업 18개 등 92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다.
팀은 5-1로 승리해 임찬규는 시즌 14승째를 달성했다. 그의 최종 성적은 30경기 144⅔이닝 14승 3패 평균자책점 3.42다. KBO리그 국내 투수 다승 1위와 함께 커리어하이 시즌을 작성했다.
경기 후 임찬규는 "나는 토종 에이스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단지 올해 성적이 잘 맞아떨어졌고, 팀원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 스스로 에이스의 역할을 했다고 하기에는 몇 경기 되지 않는다. 앞으로 2~3년 이런 성적을 거둬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크게 들었다"고 올 시즌을 되돌아봤다.
임찬규는 엘린이(LG 어린이팬)로 유명하다. 2002년 LG의 마지막 한국시리즈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었는데 삼성 라이온즈에 패해 LG가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오지환, 김현수 등과 함께 선수 대표로 트로피를 들어올린 임찬규는 "많이 무겁더라. 29년만이다. 2002년에 한국시리즈에서 떨어졌지 않나. 어떻게 보면 나는 (트로피를) 보지 못했다. 구단에서 배려해주셔서 투수 조장이라고 같이 들어보게 해주셨다. 구단과 팀원에게 감사하다"고 감격스러운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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