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그대 있음에
“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그대 있음에/…/ 그대의 사랑 문을 열 때/ 내가 있어 그 빛에 살게 해.”
하늘의 품으로 떠난 시인 김남조(사진)가 쓰고, 작곡가 김순애가 곡을 붙인 ‘그대 있음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가곡이다. 1964년 새해에 한국일보사가 의뢰하여 만든 노래로 김청자, 백남옥, 조수미 등 많은 소프라노가 불러서 유명해졌다. 숙명여대 국문과 교수이자 촉망받는 여성 시인이었던 김남조와 이화여대 음대에 재직 중이던 여성 작곡가가 손잡았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김순애는 1938년 이화여전 재학시절에 창작곡 ‘네잎클로버’를 발표, 우리나라 최초의 가곡을 쓴 여성 작곡가로 기록된다.
‘그대 있음에’가 더 유명해진 건 1976년 송창식이 편곡하여 부르면서였다. ‘고래사냥’과 ‘왜 불러’로 큰 인기를 얻은 송창식이 블루스풍의 노래로 재탄생시켰다. 이후에도 송창식은 미당 서정주의 시 ‘푸르른 날’과 ‘선운사’에 곡을 붙여 발표하는 등 시인과 인연이 깊다.
김남조는 ‘사랑의 시인’이라는 애칭답게 “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고 노래한다. 또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편지)고 노래하고,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열두 대문 다 지나온 추위로/ 하얗게 드러눕는/ 함박눈 눈송이로 온다”(생명)고 썼다.
시인이나 가수가 우리에게 빵을 주지는 못하지만, 사랑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사랑은 결국 나의 근심을 어루만져주는 누군가의 손길이고, 근심하는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나의 따뜻한 마음이 아닐까.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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