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발언대] 성소수자 부모에게 다가가기
부모의 관점에서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행복은 자녀가 바라는 행복과 다를 수 있다. ‘동성애자는 불행한 삶을 살 것이다’ ‘성정체성이 바뀌어야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 부모들은 자녀의 커밍아웃이 달갑지 않고 이는 곧 자신의 불행이자, 자녀의 불행으로 여긴다. 온전히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을 때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녀의 입장은 고려되지 않는다. 매월 발표되는 띵동 상담통계에 따르면 ‘가족과의 갈등’ ‘탈가정’으로 인한 어려움이 늘 상위에 머무는 이슈인 만큼, 성정체성을 대하는 가족의 태도는 청소년 성소수자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9월, 청소년 지원 현장에서 근무하거나 청소년 성소수자 상담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청소년 성소수자, 어떻게 만날까?’ 교육 워크숍에 참여하기 위해띵동을 방문했다.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와의 만남을 통해 ‘성소수자 가족 상담의 실제와 개입방법’에 대해 배울 기회를 제공하였다. 상담 현장에선 자녀의 문제행동이나 위기 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가족 상담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어떤 태도로 상담에 임하느냐에 따라 부모·자식 간 관계 개선에 영향을 미치기에 청소년 성소수자에게도 가족 상담은 중요하다.
자녀의 성정체성을 알게 된 부모들도 종종 상담을 의뢰한다. 불안한 마음을 표현할 곳이 없어 문을 두드리기도 하고, 성소수자 관련 정보를 얻거나 앞으로 자녀와 어떤 대화를 이어나가야 할지 막막함을 해소하기 위해 찾기도 한다. 혼란스럽고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감정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과정일 수 있다. 성소수자를 부정하고 혐오와 편견 가득한 사회 속에서 자신의 자녀가 살아가야 하는데 어찌 불안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변화의 가능성을 믿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모임에 처음 방문했을 때 자녀의 정체성을 수용하지 못한 부모들도 반동성애 구호가 넘쳐나는 현장을 참여하면서 ‘결국 문제가 되는 것은 개인의 성정체성이 아니라, 성소수자 혐오를 거리낌 없이 표현하는 사회’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 한다. 부모모임에서는 자녀와 부모 모두의 행복을 바란다면 당신의 생각이 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하고 있다.
성소수자라는 새로운 세계를 가족 구성원 모두가 받아들이기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청소년 성소수자에게도, 성소수자 부모에게도 행복은 투쟁을 통해 쟁취할 수밖에 없는 과제다. 청소년 성소수자에게는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커밍아웃하는 용기가 투쟁일 것이다. 성소수자 부모에게는 자신의 가치관을 바꾸고, 그동안 가보지 않았던 낯선 길을 가야 한다는 것 그 자체가 투쟁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행복을 망치는 것은 자녀의 성정체성이 아니라 혐오와 차별 앞에서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정부와 사회임을 깨닫는 것, 행복은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 그것을 알아챌 때 비로소 진정한 행복이 시작되는 것인지 모른다.
정민석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 ‘띵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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