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잡풀 없이 탐스러워야 ‘금잔디’다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매기 같이 앉아서 놀던 곳….”
지금 중년이라면 한 번쯤 웅얼거렸을 노래 ‘옛날의 금잔디’의 도입부다. 이 구절에 나오는 ‘매기’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노래는 원래 우리 가요가 아니다.
미국의 시인이자 철학박사인 조지 존슨은 매기 클라크라는 여인과 결혼을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하고 매기가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만다. 이에 존슨은 사랑의 추억과 슬픔을 ‘When You and I Were Young, Maggie(당신과 내가 어렸을 때, 매기)’라는 시에 담아 시집 <단풍잎>에 실었고, 이후 영국에서 이민 온 제임스 오스틴 버터필드가 이 시에 곡을 붙였다. 이 시를 의역한 것이 ‘매기의 추억’이고, 이를 다시 우리말 가사로 번역·편곡한 것이 ‘옛날의 금잔디’다.
‘매기의 추억’은 ‘메기의 추억’으로 잘못 표기된 사례가 많이 보인다. 하지만 존슨의 연인이었던 ‘Maggie’의 바른 외래어 표기는 ‘매기’다. 매기는 영미권에서 여자 이름으로 쓰이는 마거릿(Margaret)의 애칭이다.
원곡 ‘매기의 추억’에는 당연히 우리말 ‘금잔디’가 나오지 않는다. 금잔디는 품종에 상관없이 “잡풀이 없이 탐스럽게 자란 잔디”를 의미한다. 또 “볏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꽃이 연한 황색이고 뿌리줄기가 옆으로 뻗으며, 우리나라 중부 이남에 분포하는 잔디”를 가리키기도 한다. 우리 잔디는 여름까지 초록빛을 띠다가 가을이면 누런 빛으로 변한다. 이를 ‘금잔디’로 생각하기 쉬운데, 어느 사전에도 ‘풀잎 색깔이 금빛처럼 누레서 금잔디로 부른다’는 설명은 없다.
가을이면 잎이 누레지는 우리 잔디와 달리 요즘에는 사시사철 초록빛을 띠는 잔디도 많이 보인다. ‘양잔디’다. 양잔디는 말 그대로 서양에서 들어온 잔디다. 양품점·양복·양파 따위처럼 우리말에서 접두사로 ‘양(洋)’이 붙은 것은 서양에서 건너왔음을 뜻한다. 우리가 늘 신는 ‘양말’ 역시 우리 전통의 버선을 의미하는 한자 ‘말(襪)’ 앞에 서양을 뜻하는 ‘양’이 더해진 말이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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