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가짜뉴스 대응'과 EU 새로운 규제의 결정적 차이

금준경, 박재령 기자 2023. 10. 1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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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의 새로운 규제 DSA, 국내엔 '가짜뉴스 규제법'으로 소개
플랫폼 책무 규정과 이행 점검이 골자, 국가가 '가짜뉴스' 판단하지 않아
행정기구 주도로 언론 보도까지 심의하는 한국과 대조적

[미디어오늘 금준경, 박재령 기자]

<EU, 머스크의 X 조사 착수…'가짜뉴스 규제법' 첫 대상되나>
<일론 머스크 '엑스', 유럽 '가짜뉴스 규제법' 첫 대상될까>

소셜미디어 엑스(트위터) 서비스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전쟁 관련 허위정보를 방치하면서 유럽연합(EU)이 디지털서비스법(DSA, Digital Services Act)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엔 언론이 디지털서비스법을 '가짜뉴스 규제법'이라고 소개하면서 유럽연합도 한국처럼 특정 정보의 진위 여부를 판단해 규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큰 차이가 있다.

디지털서비스법은 EU집행위원회가 지난 8월 마련한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 규제다. 규제 대상 서비스는 구글 검색·유튜브·쇼핑·구글플레이, 페이스북, 트위터, 틱톡, 인스타그램, 애플 앱스토어, 아마존 등 유럽 내 이용자가 월 4500만 명 이상인 19곳이다. 디지털서비스법을 위반한 경우 최대 글로벌 매출액의 6%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 법이 도입되면서 유럽 각국의 플랫폼 규제는 대체될 전망이다.

▲ 윤석열 대통령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연합뉴스

이 규제는 규제 대상 기업이 △문제가 있는 콘텐츠를 인지하면 신속하게 제거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도록 하고 △어린이 대상 타깃광고를 금지하고 △주기적으로 문제적 콘텐츠 등에 대한 위험요인 분석 및 완화조치를 마련하도록 하고 △인공지능이 만든 영상이나 이미지의 경우 이를 명확하기 표기할 것 등을 담고 있다.

즉, 디지털서비스법은 플랫폼의 책무에 관한 포괄적 규제라고 할 수 있다. 이 중 일부가 허위정보 관련 대응을 포함한다. 삭제하는 기준을 분명히 밝히고, 이용자 신고에 기반해 처리하고, 투명하게 결과를 공개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 또는 행정기구가 특정 정보의 허위성을 판단하는 개념이 아닌 '절차적 책무'를 규정한 규제다. 언론 보도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

반면 윤석열 정부의 '가짜뉴스 규제'는 언론 보도를 포함한 온라인 공간 속 정보의 허위성 여부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직접 판단하는 방식이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사법적 판단이 나오지 않았다고 가짜뉴스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며 가짜뉴스 여부를 심의 기구가 가려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향후 법 개정을 통해 '가짜뉴스'를 만든 언론사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고 '가짜뉴스'를 만든 언론인이 언론사를 옮기지 못하도록 '갈아타기 방지' 규제까지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난 14일 한국언론학회 학술대회에서 “해외 사례들을 들여다보면 행정기구가 나서서 이 건 걸러라 이렇게 하는 경우는 없다”며 “플랫폼 사업자들이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강등하거나, 정지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자의적이고, 일방적이고 불투명한 집행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았기에 절차적인 보고 장치를 강화하는 것이 디지털서비스법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직원들이 지난 7월 직접 유럽 규제 현황을 조사하고 작성한 출장 보고서는 “(유럽에 규제에 관해) 국내 일부 언론 또는 보고서에 가짜뉴스를 처벌하기 위한 법률로 소개되는 경우가 있다”며 “규제기관이 개별 '페이크뉴스'를 규제하기 위한 법률이라기보다는 선거 기간 중 허위정보에 대한 법원의 신속한 가처분 제도를 도입한 내용(프랑스 정보조작대처법)이거나, 특정 정보를 삭제하는 결과적 접근이 아닌 온라인 사업자의 책임성을 제고하는 과정적 접근(디지털서비스법)이라는 점에서 우리 위원회의 통신심의 제도와는 접근 방향이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제실.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해당 보고서에서 프랑스 규제기관 관계자는 “뉴스의 진실성에 대한 판단은 저널리즘의 영역이며 국가가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유럽의 기본 입장”이라고 했다. 독일 규제기관 관계자 역시 “국가가 미디어의 내용을 직접 통제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했다. 정부여당 추천 위원이 다수인 방통심의위가 허위 여부를 가려내겠다는 한국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이는 국제적인 요구와도 일맥상통한다. UN이 2022년 발표한 <디지털 시대 언론의 자유와 언론의 안전강화> 보고서는 “국가는 언론에 적용되는 법적 틀이 편집의 자유를 보호하고, 규제기관의 독립성을 유지하며, 언론매체간 내용 다양성을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며 “국가는 디지털 회사가 사법적 적법 절차 없이 저널리즘 콘텐츠를 제한하거나 삭제하도록 강요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고 명시했다.

김보라미 법무법인 디케 변호사는 지난 13일 언론노조와 언론개혁시민연대가 공동주최한 토론회에서 “(UN에선) 이집트나 캄보디아처럼 국가 권력을 위해 '가짜뉴스법'을 악용하지 말라는 권고를 계속 하고 있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건 국제적 인권 기준에 반하는 언론 자유 침해적 정책”이라고 했다.

국가가 허위정보를 판별하는 규제는 주로 권위주의 국가에서 도입된 경우가 많다. 싱가포르는 2019년 10월 허위조작법을 도입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외국입법 동향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도입 이후 한 달 간 적용된 4건 모두 야당 및 반정부 인사의 소셜미디어 게시글이었다.

2021년 국제언론인협회에 따르면 2020년 3월부터 10월까지 17개국에서 허위정보를 처벌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러시아, 헝가리, 볼리비아, 루마니아,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베트남, 필리핀, 태국, 캄보디아 등이다. 영국 언론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는) 이집트와 같은 국가에게 허위정보의 유포를 제한한다는 구실로 정부에 대한 비판을 단속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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