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에 복원된 ‘광화문 월대’ 상상력 넘치는 공간이 되길[기고]
광화문 월대(月臺)가 마침내 복원됐다. 1866년 경복궁 중건과 함께 조성된 광화문 월대다. 그러나 1923년 일제에 의해 철거됐고 그 자리에 노면전차 선로와 도로가 들어섰다. 이번 복원은 그 직전의 모습으로 월대를 되살린 것이다.
월대라는 명칭은 ‘월견대(月見臺)’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달을 바라보는 곳이라고 하니, 낭만적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런데 달을 바라본다는 것은 달을 우러름이고 따라서 월대라는 말에는 경복궁과 국왕의 권위를 높이는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다.
그동안 광화문 월대의 발굴과 복원 과정에서 흥미롭고 의미 있는 사실들이 속속 밝혀졌다. 우선 1923년 일제가 월대를 철거하고 설치한 전차 선로가 발굴된 것을 꼽을 수 있다. 또 철거된 월대의 난간석 가운데 일부가 경기 구리시 동구릉에 있다는 사실도 2021년 한 연구자에 의해 확인됐다. 일제는 철거한 월대 난간석들을 경복궁 경내 영제교 근처에 무더기로 모아놓았고, 방치되던 난간석 일부는 동구릉으로 옮겨졌다. 그 시기는 1940~1970년대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옮겨진 난간석들은 수십년 동안 또 방치되다 연구자의 눈에 띄어 그 존재 의미를 드러내게 되었다. 앞서 2010년에는 경복궁 건청궁 뒤편 녹산(鹿山)에서 난간석 하나가 발견되기도 했다. 녹산은 일제에 시해된 명성황후의 시신이 불태워진 곳이다.
지난 8월에는 호암미술관 야외에 전시 중이던 석조 서수상(瑞獸像) 한 쌍이 광화문 월대의 어도(御道) 맨 앞을 장식한 부재라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눈 밝은 시민의 제보 덕분이었다. 삼성 창업자인 이병철의 컬렉션으로, 1982년 호암미술관 개관 당시부터 야외에 전시돼 있었지만 그 실체에 대해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었다.
이 모두 흥미롭고 놀라운 소식들이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면 이는 모두 식민시대를 거쳐온 우리 근대사의 상처라 할 수 있다. 경복궁 중건 이후 우리 근대사는 수난으로 점철됐고 그 상처는 문화유산 곳곳에 깊게 남아 있다. 광화문 월대뿐 아니라 덕수궁 대한문, 창덕궁 돈화문의 월대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광화문 월대의 상처에 대해 너무나 무관심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제 뿔뿔이 흩어졌던 부재들이 제자리에 모였다. 광화문을 떠나 영제교, 건청궁 녹산, 동구릉으로 옮겨지고, 누군가의 손을 통해 이병철 컬렉션이 되면서 서로 헤어졌던 월대의 부재들. 그 내력은 곧 우리 근대사의 상처다. 상처 깊은 월대의 부재들이 100년 만에 다시 만났다. 이것이 월대 복원의 의미이다.
광화문 월대 복원은 그저 옛 왕조의 흔적을 되살리는 작업으로 여길 수도 있겠지만, 근대의 상처를 만나고 보듬는 과정, 상처를 제대로 기억·치유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광화문 월대의 존재 의미는 더 전향적·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옛 왕조의 공간 복원이 아니라 역동적·창의적 공간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시민들은 이제 복원된 월대에서 고개를 들어 달을 볼 것이다. 이태백의 달도 좋고 옥토끼의 달도 좋지만, 다누리호의 달도 꿈꿀 수 있으면 좋겠다. 지난해 쏘아올린 달 궤도탐사선 다누리호는 오늘도 열심히 달 주변을 돌고 있다. 우주로 나아가는 시대, 광화문 월대의 활용이 다누리호만큼이나 상상력이 넘치고 역동적이기를 기대한다. |이광표 서원대 교수
이광표 서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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