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돌부처 ‘400 세이브’
돌직구. 어느샌가 일상어가 된 말이다. 돌리지 않고, 꼬지 않고 직설적으로 하는 언행을 뜻한다. 누가 만든 말인지 알 수 없지만, 누구 때문에 생겼는지는 확실하다. 프로야구 마무리투수 대명사인 오승환(41·삼성)이다. 대학 졸업 후 2005년 국내 리그에 데뷔한 그는 신인 시절부터 150㎞대의 빠르고 묵직한 공을 던졌다. 탁월한 악력으로 회전을 많이 넣어 돌처럼 무겁게 꽂아넣는 그 공으로 팀 승리를 지켜나갔다. 타자들은 알아도 못 치고, 모르면 더 못 치는 직구라 했다. “칠 테면 쳐보라”며 배짱 두둑하게 뿌리는 그의 공이 돌직구로 불리기 시작했다.
한국·일본·미국 프로야구를 섭렵한 오승환의 기록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2006년과 2011년에 47세이브로 국내 한 시즌 최다 기록을 썼고 통산 6차례 구원왕에 올랐다. 국내 첫 300세이브, 최고령 시즌 40세이브, 일본 센트럴리그 2년 연속 구원왕,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도 그의 것이다. 위기 때도 표정 변화가 없어 ‘돌부처’로 통한 그는 미국에선 끝판대장을 뜻하는 ‘파이널 보스’라는 별명도 얻었다.
전인미답. 오승환은 지난 14일 대구에서 국내 리그 최초로 400번째 세이브를 달성했다. 13시즌 만이다. 개인 통산 400세이브는 미국 메이저리그에 8명, 일본 프로야구에 단 1명뿐인 흔치 않은 기록이다. 국내엔 300세이브 투수도 그 외에 없고, 현역 2위는 200세이브에 못 미친다. 일본·미국에서 뛴 6년(2014~2019)을 건너뛰고 40대 언저리에 국내 복귀해 이어간 대기록은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일본(80세이브)·미국(42세이브) 시절을 합친 한·미·일 통산 522세이브는 메이저리그 전설 마리아노 리베라(652세이브), 트레버 호프먼(601세이브) 다음이다.
오승환의 400세이브는 숫자 이상으로 의미가 크다. 올 시즌 구속·구위가 떨어져 마무리투수에서 밀려나고 2군에도 2번이나 내려가는 고난을 겪고도 꿋꿋이 이겨낸 결과라서다. 오승환은 10여년 전부터 “나는 오늘을 살고 내일을 준비한다. 오늘 풀어지면 내일은 두 배로 땀을 흘려야 ‘어제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돌직구가 무뎌졌어도 끝내 ‘클래스’를 유지하는 그의 자세다. 이제 “500세이브”를 응원하는 팬들의 외침은 그래서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차준철 논설위원 che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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