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재·배용준 제압 … 마흔살 박상현 "난 아직 살아 있다"
2차 연장서 2m 이글로 우승
상금 3억·GV80쿠페 받아
KPGA 통산 12번째 트로피
韓 최초 누적상금 50억 돌파
"다음 목표 제네시스 대상
반드시 타이틀 거머쥐겠다"
바람 소리만 들리던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 18번홀 그린에 골프팬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의 간판' 박상현이 2차 연장에서 임성재, 배용준을 제압하고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컵을 품에 안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이후 약 1년6개월 만에 정상에 오른 박상현은 "나는 아직 살아 있다"고 포효했다.
박상현은 15일 인천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쳤다. 합계 17언더파 271타를 적어낸 박상현은 동타를 이룬 임성재, 배용준을 2차 연장에서 제압하고 코리안투어 통산 12승째를 올렸다.
우승 상금 3억원을 추가한 그는 통산 상금 50억원 돌파에도 성공했다. 여기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출전권과 1억원 상당의 고급 차량을 부상으로 받았다.
선두에 3타 뒤진 단독 3위로 이날 경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박상현의 우승을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단독 선두에 자리한 선수가 PGA 투어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임성재이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코리안투어를 대표하는 베테랑 박상현이지만 임성재를 상대로 역전에 성공하는 건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박상현은 1번홀부터 칩인 버디를 낚아채며 추격의 불씨를 지폈다. 분위기를 끌어올린 박상현의 버디 행진은 계속됐다. 그는 2번홀과 3번홀에서도 각각 1타를 줄이며 우승 경쟁에 불을 붙였다.
파 행진을 이어가며 버디 기회를 엿본 박상현은 전반 막판 다시 한번 집중력을 발휘했다. 8번홀과 9번홀에서 2연속 버디를 낚아챈 그는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10번홀과 12번홀에서 아쉬운 보기가 나왔지만 박상현은 무너지지 않았다. 나머지 홀에서 1타를 더 줄이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1차 연장에서 배용준과 동타를 적어낸 박상현은 파5 18번홀에서 진행된 2차 연장에서 기나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티샷이 내리막 경사에 맞고 10야드 이상 더 나가는 행운이 따른 박상현은 두 번째 샷으로 핀을 직접 노리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했다. 결과는 완벽했다. 홀 옆 약 2m 거리에 멈추며 이글 기회를 잡았다. 마무리는 완벽했다. 박상현은 침착하게 이글 퍼트를 집어넣었고 그토록 기다리던 올 시즌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박상현은 "올해 우승을 눈앞에서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며 "챔피언 조에서 경쟁한 두 선수의 실력이 뛰어나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자 명단에 이름을 남기게 돼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3타 차이를 뒤집고 정상에 오른 원동력은 첫 홀부터 버디를 노렸던 박상현의 공격적인 전략이다. 초반부터 버디를 잡아내며 단독 선두 임성재와의 격차를 줄인 박상현은 결국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임성재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상대 실수가 아닌 버디 5개 이상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 공격적으로 칠 수밖에 없었다"고 밝힌 박상현은 "버디 7개를 잡아 역전에 성공한 만큼 전략이 제대로 통했다. 골프는 장갑을 벗을 때까지 정말 모르는 것 같다"고 웃었다.
이번 우승으로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4위로 올라선 박상현은 남은 시즌 대상을 정조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상현은 "코리안투어에서 대상을 제외하고 모든 타이틀을 따낸 만큼 올해는 꼭 대상을 차지하고 싶다"며 "남은 시즌에는 아시안투어가 아닌 코리안투어에 전념하려고 한다. 이력에 코리안투어 대상까지 추가할 수 있도록 열심히 쳐보겠다"고 강조했다.
코리안투어 통산 상금 1위를 달렸던 박상현은 199번째 출전 대회에서 통산 상금 50억원을 돌파하는 겹경사도 누렸다.
박상현은 "프로에 데뷔한 게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20년 차가 됐다. 한 시즌, 한 시즌 성적이 모여 통산 상금 50억원을 돌파하게 된 만큼 특별한 기록"이라며 "내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프로 골퍼 박상현으로 살아가고 싶다. 아직 청춘이라고 생각하는데 몸 관리를 잘해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9년에 이어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했던 임성재는 연장에서 패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허인회는 14언더파 274타 단독 4위에 자리했고 김한별은 13언더파 275타 단독 5위로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인천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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