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봉보’ 철거된 갑천…“흘러라 물길아, 넘쳐라 생명아”

최예린 2023. 10. 15. 19:2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12일 오전 대전 서구 도안동 갑천변에서는 삽으로 땅을 파고 나무 기둥을 세우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대전충남녹색연합과 대전환경운동연합은 12일 사라진 태봉보 자리에서 '태봉보 물길 잔치'를 벌이며 갑천이 바라보이는 자리에 솟대를 세우고 떡을 나눴다.

임도훈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는 "태봉보가 해체된 뒤 갑천의 물흐름이 개선되며 녹조와 악취가 사라졌고, 퇴적된 토사들이 제거되면서 홍수위 상승 우려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전충남녹색연합과 대전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지난 12일 해체된 태봉보 자리 근처에 솟대를 세운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최예린 기자

지난 12일 오전 대전 서구 도안동 갑천변에서는 삽으로 땅을 파고 나무 기둥을 세우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세워진 나무 기둥 위에는 물고기 모양의 나무 조각이 올라갔다. 태봉보 철거를 축하하고, 흐르는 갑천과 갑천에 사는 모든 생명의 안녕을 기원하는 ‘솟대’였다.

‘갑천아, 흘러라.’

땀 흘려 세운 20개의 솟대에 흘러 살아 숨 쉬는 갑천과 강에 대한 시민들 각자의 바람의 글이 적힌 띠들이 묶였다. 내(하천)와 강의 흐름을 막지 않아야 강도 살고 우리도 산다는 간절한 메시지가 이제는 사라진 태봉보 자리에서 나부꼈다.

문성호 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가 솟대에 묶은 금줄에 메시지가 적힌 띠를 달고 있다. 최예린 기자

태봉보는 갑천 가수원교 하류 200m 지점에 있던 길이 254m의 인공보다.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도안동이 개발되기 전 농업용수로 활용할 목적으로 운영됐다. 그러나 도안동이 신도시로 개발되고 농업용수 수요가 거의 없어지면서 쓰임새도 사라졌다. 보는 물길을 막아 물고기가 이동할 때 큰 걸림돌이 될 뿐 아니라, 보 상류에 쌓이는 유기물로 인해 수질까지 악화된다. 이 때문에 대전 지역 환경단체들은 꾸준히 쓰임이 없어진 보를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해체되기 전 태봉보의 모습. 대전시 제공

환경단체의 제안으로 대전시는 2021년 ‘환경부 수생태계 연속성 확보사업’에 응모했고, 태봉보와 유성구 도룡동 대덕대교 아래 대덕보가 철거 대상으로 선정됐다. 환경부의 수생태계 연속성 확보사업은 수생태계의 건강성과 자연성 회복을 위해 농업용 보 등 물의 흐름을 훼손·단절시키는 구조물을 조사·평가해 개선하거나 철거를 추진하는 사업으로 한국환경공단이 시행했다. 그러나 사업 시행 전 한국환경공단의 현장조사 결과 대덕보는 ‘수생태계 연속성이 어느 정도 확보돼 있다’는 평가를 받아 사업 대상에서 빠졌고, 태봉보만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7월까지 철거를 완료했다.

대전충남녹색연합과 대전환경운동연합은 12일 사라진 태봉보 자리에서 ‘태봉보 물길 잔치’를 벌이며 갑천이 바라보이는 자리에 솟대를 세우고 떡을 나눴다. 참가자들은 이날 태봉보가 있던 갑천에 발을 담그고 노래를 부르며 제대로 흐르지 못하는 강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대전충남녹색연합과 대전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지난 12일 철거된 태봉보 자리에서 ‘거침없이 흘러라’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임도훈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는 “태봉보가 해체된 뒤 갑천의 물흐름이 개선되며 녹조와 악취가 사라졌고, 퇴적된 토사들이 제거되면서 홍수위 상승 우려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태봉보를 통해 용도가 상실된 무의미한 시설물을 해체하는 것만으로도 수질 개선과 자연성 회복의 뚜렷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며 “용도를 잃은 노후 보를 전수 조사해 철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