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 된 스포츠서울, 언제나 ‘팬 퍼스트’로 인정받겠다···그게 독자 향한 미디어의 자세[장강훈의 액션피치]

장강훈 2023. 10. 15.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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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야구장을 찾은 LG커플팬이 LG트윈스 정규리그 우승이 1면에 장식된 스포츠서울을 들어보이며 기분좋은 미소를 짓고 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LG 트윈스의 올시즌 마지막 경기가 끝났다. 15일 잠실 두산전이 올해 정규시즌 최종전이었다. 그 열기는 뜨거웠다. LG는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 매진과 함께 120만 관중 동원에 성공했다. 이는 2013년 이후 10년만이다. 경기후 LG 선수단은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정상에 선 기쁨을 만원 팬들과 함께 했다.

스포츠서울은 LG 팬들의 열정을 이미 경험했다. 달아오른 그 뜨거움은 아직도 식지 않는다. 특히 신문 지면과 친숙하지 않은 시대에 나타난 현상 때문에 신문산업 종사자로 솔직히 많이 놀라기도 했다. 팬 요청이 쇄도해 급히 추가제작한 지난 4일자 스포츠서울 지면 얘기다. 당일 스포츠서울은 LG 우승을 1면에 내세웠다.

야구팀장으로서는 운이 좋았던 편이다. 부산으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정규시즌 우승 소식을 접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고, LG 염경엽 감독과 나눈 얘기들을 바탕으로 팀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사로 짚었다. 마침 긴 연휴를 끝내고 지면을 제작하는 날이어서 비록 항저우 아시안게임 중이었지만, 29년 만의 정규시즌 우승 소식을 전하는 게 마땅하다는 결론이 회의를 통해 나왔다.

스포츠서울은 국내신문 중 유일하게 29년만의 우승을 차지한 LG 뉴스를 1면 톱뉴스로 다루며 화제가 된 가운데 6일 LG트윈스와 KIA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리는 6일 잠실야구장에서 특별판과 우승 당일 발행한 신문을 각 1000부씩 야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선착순 배포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와 연예 소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스포츠 전문지 입장에서는 스포츠 팬에게 더 즐거운 소식을 전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시즌 100만명 이상 잠실구장을 찾은 LG팬의 열정적인 응원은 스포츠 전문지가 놓쳐서는 안 될 가치다. KBO리그가 2018년 이후 5년 만에 800만 관중을 돌파한 데에는 구장을 찾아 열정적으로 응원한 팬들의 높은 참여 덕분이다. 여기에 LG 팬의 지분이 상당하다는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10월4일자 지면은 아침부터 ‘완판’ 소식으로 화답했다. 야구팀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 취재기자들의 메시지함이나 메일함도 폭주(?)했다. 회사로 찾아오는 팬도 적지 않았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스포츠서울 신문이 몇만 원에 재판매되고 있다는 제보가 쏟아졌다. 신문 외면 시대가 맞나 싶을만큼 폭발적인 호응. 지난해 경험을 통해 살짝 기대는 했지만, 29년 만의 대권 도전이라는 상징성은 기대를 훨씬 웃돌았다.

2023년 10월4일 스포츠서울 지면 1면 특별판.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은 지난해 SSG가 창단 첫 통합우승을 와이어 투 와이어로 달성했을 때도 이 소식을 1면에 전했다. 랜더스 팬의 구매 요청이 쇄도했다. 당시에는 다음날 발행할 신문 제작을 완료한 터라 추가 인쇄가 불가능했다. 회사로 배달된 신문을 긁어모아 랜더스 팬의 사연을 받아 선물(총 90부)하는 식으로 작은 이벤트를 개최했다. 지면이 굿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신문 외면 시대’에서 스포츠 전문지가 살아남을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사건(?)이었다.

LG 트윈스의 정규시즌 우승이 담긴 4일자 지면을 발행하고 나서, 본지에선 내부적으로 추가 제작을 검토했다. 인쇄소측 협조만 있으면, 추가 인쇄가 가능했다. 2000부 추가 인쇄를 결정했고, 기사 등을 통해 우승 굿즈 아이디어 공모전도 병행했다.

또한 팬에게 무료로 나눠줄 ‘특별판’이니, 상업 광고를 그대로 실을 이유가 없었다. 스포츠서울이 자랑하는 데이터베이스를 뒤져 1990년 한국시리즈 1면 ‘LG 천하통일’과 1994년 1면 ‘LG 왕중왕’을 전면 광고란에 대체했다. 나머지 광고 자리엔 올시즌 LG 우승 엠블럼과 우승 사진 등으로 전부 채워넣었다. 이른바 ‘트윈스 부심’이 묻어날 만한, 팬에게는 아주 좋은 선물이 탄생했다.

신문이 굿즈가 될 수 있다는 건 방탄소년단(BTS)가 그래미 시상식에 후보로 올랐을 때, 임영웅이 전 국민적인 인기를 구가할 때 입소문으로 들었다. 스포츠와 무관한 일로 여겼지만, 지난해 랜더스 팬들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렸고, 올해 트윈스 팬이 증명해냈다.

LG 염경엽 감독이 미소짓고 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굿즈로 활용하더라도, 스포츠서울과 신문에 대한 수요가 있다면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공급하는 게 필요하다. 그게 독자를 향한 미디어의 자세다. ‘스포츠서울이라는 언론사가 팬의 니즈를 잘 파악해 세련된 디자인으로 굿즈처럼 제작한다’는 이미지로 거듭나면, 신문 외면 시대를 타개할 새로운 마케팅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팬을 위해서 굿즈를 기꺼이 제공하는 건 스포츠전문지의 또다른 경쟁력이다. 스포츠서울 구성원들은 스포츠 팬을 응원하는 팬의 마음으로 다가올 한국시리즈를 비롯한 다양한 스포츠·연예 이벤트를 굿즈화하는데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LG트윈스 우승 기념 특별판에 뜨거운 성원을 보낸 야구팬에게 감사의 말씀 올린다. 그 덕분에 스포츠서울 지면의 굿즈화도 가능했고 신문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할 계기가 마련됐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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