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벽 로켓배송’ 쿠팡 하청노동자 죽음, 이런 비보 언제까지
60대 쿠팡 하청노동자가 13일 새벽 배송을 하다 숨졌다. 경기 군포경찰서에 따르면 군포시 한 빌라 4층 복도에서 쓰러진 택배노동자 A씨가 주민 신고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사망한 상태였다. 고인 옆엔 미처 새벽 배송을 끝내지 못한 택배상자들이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 A씨 심장이 정상치의 2배 이상으로 비대해져 있었다는 구두 소견을 받았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심근경색을 앓고 있었다고 한다. 1년간 심야 배송을 맡아왔다니 장시간 노동이 질병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쿠팡 측은 위로는커녕 “개인사업자”라는 입장문부터 냈다. 노동자를 동등한 구성원으로 보지 않는 쿠팡의 행태가 참담하고 유감스럽다.
A씨는 쿠팡 퀵플렉스 소속이었다. 퀵플렉스는 쿠팡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와 계약을 맺는 대리점의 배송 직군이다. 정규직 ‘쿠팡 친구’와는 달리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 보호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퀵플렉스는 주야간 맞교대 시스템이다. A씨는 그중에서도 오전 7시까지 주문 배달을 끝내 노동 강도가 높은 야간 배송을 담당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야간 노동을 포함한 고인의 산재인정기준 업무시간은 주 71.5시간이고, 과로사 인정 여부는 추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로켓배송’ 서비스는 노동환경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4년간 노동자 13명이 쿠팡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지난 4월 발표한 ‘CLS 노동자 노동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퀵플렉스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9.7시간, 주 5.9일을 일해 상시적 과로에 시달렸다. 이들이 과로로 내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클렌징 제도’에 있다. 수행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배송구역을 회수해 사실상 일을 주지 않는 것이다.
쿠팡은 2021년 ‘택배 과로사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도 무시한 채 몸집만 불려왔다. 당시에 빠진 신생업체 CLS는 현재도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합의 이행을 보증해야 할 국토교통부가 지금처럼 뒷짐만 지고 있을 일이 아니다. 택배노조는 12일부터 쿠팡 대표를 국토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러달라며 100시간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은 장시간 노동이 심각한 질환을 유발한다고 잠정결론을 내렸다. 정부는 즉각 쿠팡의 장시간 노동 시스템에 대한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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