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이스라엘군 대피령 철회 촉구… "가자 의료진 잔류 다짐"

"대피령은 환자에겐 사형선고" 재차 지적
"환자 버리고 살기보다 의료인으로서 곁에 남기로 결심"

[이·팔 전쟁] WHO "가자 의료진 잔류 다짐"…대피령 철회 촉구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폭격으로 건물들이 무너진 가자지구 칸 유니스에서 주민들이 모여있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습한 뒤 교전이 벌어졌고 양측에서 3500명 이상이 숨졌다. [연합]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세계보건기구(WHO)는 이스라엘군의 가지지구에 대한 주민 대피령을 철회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가자지구 내 의료진들은 환자 치료를 위해 대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WHO는 1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 북부 의료 시설에 반복적으로 내려진 대피 명령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의료진과 환자의 강제 대피는 재앙적 상황을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에 따르면 대피령이 내려진 가자지구 북부에는 의료기관 22곳에서 2000여명의 환자를 수용하고 있다.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등 생명유지 장치에 의존하고 있거나 혈액 투석 중인 환자, 인큐베이터에 있는 신생아, 임신 합병증을 앓는 여성 등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생명이 위험한 환자가 다수라고 WHO는 전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군이 환자 이송을 요구한 가자지구 남부의 의료시설 역시 수용인원을 꽉 채운 상황이어서 환자 증가를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WHO는 지난 13일 성명 때와 동일한 표현을 쓰며 "이런 상황에서 환자를 이송하는 것은 그들에게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가자지구 북부 의료시설 내 의료진과 간병인들은 대다수가 환자의 위중한 상황을 고려해 대피하지 않고 잔류를 선택했다고 WHO는 강조했다.

WHO는 "의료진은 환자 치료를 위해 현장에 남아 자신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것인지, 수용 능력이 없는 시설로 환자를 이송하거나 중환자를 버려야 하는지를 고통스럽게 선택하는 갈림길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압도적으로 많은 의료인·간병인이 현장에 남아 의료인으로서의 약속을 지키기로 결정했다"며 "의료 종사자들은 (환자 강제 이송이라는) 불가능한 선택을 할 수 없다"고 전했다.

WHO는 "가자지구 북부 의료시설에는 지금도 부상한 환자가 계속 유입되고 있으며 일부 환자는 병상 부족으로 복도나 야외에서 치료받고 있다"고 했다.

또 "공격을 피하기 위해 모여든 수만명의 실향민도 병원 주변 공터를 피난처로 삼고 있는 현실"이라며 "의료 시설이 폭격받으면 이들의 생명도 위험에 빠진다"고 우려했다.

eyr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