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홍콩 IB 불법 공매도 적발…"560억원 규모"

우지수 2023. 10. 15.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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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적 불법 공매도 적발…국내 증권사 연루 의심돼 조사 착수

금융감독원이 해외 투자은행이 관행적으로 저질러 온 불법 공매도를 적발했다. /더팩트 DB

[더팩트|우지수 기자] 금융감독원(금감원)이 글로벌 투자은행(IB)의 관행적 불법 공매도를 처음으로 적발했다.

15일 금감원 발표에 따르면 홍콩 소재 글로벌 IB A사는 2021년 9월부터 2022년 5월 기간 중 카카오 등 101개 종목에 대해 400억 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공매도란 주식을 빌려서 팔고 나중에 사서 갚는 매매 방법이다. 팔기 전에 먼저 빌리지 않고 판매부터 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현행법상 불법이다.

감독당국이 착오나 실수가 아닌 관행적인 고의 불법 공매도를 포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적발된 2개 IB의 불법 공매도 금액은 560억 원어치에 달해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 예상된다.

홍콩 소재 B사는 2021년 8월부터 2021년 12월 기간 중 호텔신라 등 9개 종목에 대해 160억 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이번 사건은 글로벌 IB의 장기간에 걸친 불법 공매도라는 점에서 이전 적발 건들과 다르다. 이전에 적발한 무차입 공매도가 최종 투자자인 해외 기관투자자, 헤지펀드 등의 일회성 착오·실수였다면, 이번엔 이 같은 최종 고객들의 공매도 업무를 중개해주는 글로벌 IB의 의도적 불법 행위가 드러난 것이다.

이들 글로벌 IB는 공매도를 하고자 하는 최종 투자자들의 주문을 받아 중개해주는 프라임브로커리지(PBS) 사업자다. PBS는 고객(개인·기관·헤지펀드 등)에게 증권의 대여, 차입, 중개, 신용공여, 장외파생계약 체결 등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투자업무다. 해외 기관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공매도하고자 하는 경우 IB와 스왑거래를 체결하곤 한다.

IB 입장에선 매도 주문을 바로 넣으면 주가 변동에 따른 리스크에 노출되기 때문에, 이를 관리하기 위해 똑같은 수량만큼 시장에 공매도 주문을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주식을 빌리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공매도하고 다음날까지 차입해 채우는 방식의 불법 공매도를 계속해왔다. 3일 결제 시스템이기 때문에 매매일에 하루를 더한 시점까지만 사 놓으면 거래되기 때문이다.

A사는 회사 내 부서 간 상호 대차를 통해 주식을 대여해왔다. A사는 여기서 빌려준 주식 내역을 남겨두지 않았다. 소유주식을 중복 계산해 과다표시된 잔고를 기준으로 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예를 들어 a부서가 b부서에게 주식을 대여하면 이 거래내역을 시스템에 입력하지 않고 a부서는 대여하기 전 부풀린 잔고를 기준으로 매도주문을 제출하는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매매거래 다음날에 결제수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회사는 시정 조치를 취하지 않고 관행적으로 사후 차입 방식을 유지했다. 위법행위를 알면서도 사실상 방치한 것이다.

B사는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매도 스왑 계약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공매도 주문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차입이 확정된 주식 수량'이 아닌 '앞으로 차입 가능한 수량'을 기준으로 매도스왑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대한 공매도를 강행했다.

B사 역시 역시 최종 체결된 공매도 수량을 기준으로 차입계약을 사후에 확정하는 방식을 관행 사용하며 위법행위를 방치했다.

◆ 국내 증권사도 해당 IB의 불법 공매도 '묵인'…금감원 "중대한 사안, 철저히 조사할 것"

글로벌 IB뿐 아니라 이들의 주문을 수탁받는 국내 소재 증권사도 불법 공매도를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A사 계열의 국내 소재 외국계 증권사는 A사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지속적으로 수탁해왔다.

해당 회사는 위탁자와 공매도 가격, 대차내역을 매일 공유했으며 결제 가능 여부 확인 과정에서 잔고 부족이 지속 발생했음에도 결제 이행을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원인 파악 또는 사전 예방 조치 등을 취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글로벌 IB들에 대해 과징금 제도 도입 이후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했다. 과징금 수위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적발 이후 B사는 차입이 확정된 수량을 기준으로 매도 스왑 계약을 체결하고, 동 수량만큼만 공매도 주문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금감원은 A사에도 시스템 개선을 요구한 상황이다.

국내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리 없는 글로벌 IB가 오랜 기간 위법 행위를 저지를 것을 알면서도 방치했다는 사실에 금감원은 사안을 중대하게 보고 있단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또 금감원은 유사 업무를 운영하는 IB는 물론 글로벌 IB로부터 주문을 수탁받는 국내 증권사에 대해서도 검사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금감원은 일부 IB가 개장 전 소유 수량보다 많은 수량을 매도하는 등 장기간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정황을 발견해 조사 중이다. 국내 증권사의 경우 계열회사 관계, 수수료 수입 등 이해관계로 위탁자의 위법 행위를 묵인할 가능성이 있어 공매도 수탁 프로세스나 불법 공매도 주문 인지 가능 여부도 점검할 예정이다.

필요시 해외 감독당국과도 공조한단 입장이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최근까지 홍콩 금융당국(SFC)과 공조해 자금 출처를 확인하고 정보를 교류하는 등 활발히 국제 공조를 수행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간 외국 투자자들에게 우호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려고 노력했음에도 위반 행위가 발견됐다"며 "엄정한 조치와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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