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여파 의료수요 급증 선제대응…이르면 10월 방안 발표할 듯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2.6명 불과
2050년 노인 1900만명 돌파 전망
의사 2만2000명 추가 필요 분석
의협 “일방적 추진”… 투쟁 예고
대통령실 “국민 위해 할 수밖에”
정부가 20년 가까이 묵은 과제인 의대 정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00년 의약분업을 계기로 줄었던 351명(10%)만큼 늘리는 방안, 국립대 중심으로 521명을 늘리는 방안 등이 거론됐지만, 확대 폭이 1000명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의사 단체는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 없는 일방적 추진이라며 반발을 예고하고 있어 추진 과정에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1000명 파격 확대, 가능할까
정부가 의대 입학정원의 확대에 나서는 것은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급증 전망과 필수의료 인프라 붕괴 우려에 따른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임상 의사 수(한의사 포함, 치과의사 제외)는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OECD 평균 3.7명에 못 미칠 뿐 아니라 자료를 제출한 30개 회원국 중 멕시코(2.5명)에 이어 두 번째로 적었다. 한의사를 제외하면 1000명당 약 2.2명으로 가장 적은 수준이다. 반면 앞으로 의료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정부 내 확대 규모 논의 방향은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사들의 반발로 줄였던 정원인 351명만큼 다시 늘리는 방안, 국립대를 중심으로 521명을 늘리는 방안과 1000명 이상 확대하는 방안이 함께 거론되고 있다.
정형선 연세대 교수(보건행정학과)는 “다른 나라에서도 고령화에 맞춰 의료 자원을 늘리는 상황인데 우리나라는 20년 가까이 외재적인 요인 때문에 이렇게 하지 못했다”며 “그동안 너무 적게 뽑아서 지금 여기저기서 의사 부족 사태가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1000명 이상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순히 인력을 늘리는 게 정답은 아니지만 우선 정원이 늘어나야 필수의료로 보낼 수 있는 여력도 생긴다”고 덧붙였다.
“공공의대 신설하라” 정부가 2025년 대학입시부터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1000명 이상 늘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현수막을 들고 윤석열정부 공공의대 신설 및 의대정원 확충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의사 단체는 정부의 이번 의대 정원 확대가 일방적인 추진이라며 강력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의사 단체는 그간 단순히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는 “의대 정원 확대는 정부와 의협이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논의하기로 한 사안으로 아직 합의된 바가 없다”며 “만약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 2020년보다 더 큰 반발이 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20년 문재인정부가 의대 정원 확충과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자 의사들은 총파업을 벌였고, 일부 의대생은 국가고시를 거부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금처럼 OECD 회원국 중 가장 적은 수의 의사가 가장 많은 보수를 받는 시스템으로는 국민 불편이 초래된다”며 “특히 지방에 의사가 부족한데 환자의 진료받을 권리 보장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협 등이 반대 투쟁을 하더라도) 개혁은 국민을 생각하면서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정우·이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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