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감독님 한마디가 키포인트였다” LG 29년 만 정규시즌 우승, 선발진에서 가장 꾸준했던 임찬규[SS인터뷰]
[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29년의 갈증을 푼 해에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시작은 중간 투수였지만 팀이 위기에 처하자 선발 투수로 돌아왔고 끝까지 기둥 구실을 했다. LG 베테랑 우투수 임찬규(31)가 144경기 대장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소감을 전했다.
임찬규는 정규시즌 최종전인 15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92개의 공을 던지며 5.2이닝 4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활약했다. 1회부터 커브의 활용폭을 넓게 가져갔고 특유의 속구, 커브, 체인지업의 조화를 노련하게 펼쳐 보였다.
2회 선취점을 허용했지만 3회부터 5회까지 3연속 삼자범퇴. 6회 아웃카운트 2개를 잡은 후 이날 투구를 마쳤다. 팀이 5-2로 승리하면서 임찬규는 14승. 평균자책점 3.42로 올시즌을 마쳤다. 토종 투수 다승 1위가 사실상 확정됐고 144.2이닝으로 규정이닝도 채웠다.
다음은 경기 후 취재진과 임찬규의 일문일답.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토종 에이스답게 잘 마무리했다.
겸손이 아니라 내가 에이스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단지 올해 여러 가지가 잘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동료들의 도움 덕분에 지금 이러한 성적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한 시즌, 몇 경기 잘했다고 에이스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앞으로 2, 3년 더 이런 성적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지금은 가장 크다.
-오늘 두 가지가 걸린 경기였다. 3년 만의 규정 이닝 소화와 토종 최다승을 확정짓는 경기였다. 경기에 앞서 두 가지 목표가 어떻게 작용했나?
오늘 경기 뿐이 아니라 올시즌 내내 이런 외적인 부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 많이 집중했다. 마운드에 올랐을 때 긍정적인 요소든 부정적인 요소든 생각이 많아지면 무조건 안 좋게 작용한다고 본다. 그래서 늘 이런 생각을 최소화하고 단순화 시키려고 했다. 이를 위해 지난 10일 동안 꾸준히 훈련을 했다. 그냥 내가 원하는 공 하나하나를 던지기 위한 준비를 했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한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렇다. 이미지 트레이닝은 공을 던지거나 어깨를 소모하는 게 아니지 않나. 그래서 세세하게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편이다. 두산과 붙는다고 가정하면 두산 선수들은 물론, 잠실 구장의 냄새, 이승엽 감독님의 모습까지 머릿속에 넣고 그린다. 안 좋은 상황, 좋은 상황을 모두 떠올리고 투구 중에는 이게 떠오르지 않게 지우는 연구를 계속한다.
-그럼 FA 협상 테이블에서도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나?
아니다(웃음). 그냥 단장님께서 많이 잘 챙겨주실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올시즌 첫 4경기는 중간 투수로 등판했다. 중간 투수로 시즌을 시작한 게 올시즌 전체로 봤을 때 어떻게 작용했나?
정말 크게 도움이 됐다. 작년에 실패했는데 실패를 인정해야 그다음 성공이 있다고 생각한다. 중간투수로 가면서 작년 실패를 제대로 돌아보게 됐다. 롱릴리프로 나와 투구시 힘을 뺀 계기도 만들었다. 감독님이 새로운 야구를 내게 입혀주셨고 그걸 받아들이면서 올해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다.
-1위는 확정이 됐지만 그래도 정규시즌 마지막 상대가 두산이었다. 2002년 어린이 임찬규에게 아픔을 준 이승엽 선수가 감독이 된 팀을 상대로 이겼다.
지금까지 두산과 맞붙으면서 두산 선수들에게 수도 없이 많이 맞았다. 실점 많이 하고 패전 투수도 많이 됐다. 그래도 늘 나갈 때마다 이기고 싶다고 생각했다. 항상 최선을 다했는데 지금까지 결과는 이에 미치지 못하지만 오늘 경기 승리해서 기분이 좋다.
2002년 한국 시리즈는 지금도 선수 한 명 한 명이 다 기억이 난다. 당시 보면서 많이 울었는데 다시 이렇게 한국 시리즈에 올라갈 수 있어서 기분 좋고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시리즈가 남았으니까 긴장의 끈 놓지 않고 준비하겠다.
-오늘 만원 관중이었다. 11월 한국시리즈와 비슷한 분위기에서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를 텐데. 오늘이 한국시리즈를 대비하는 무대라는 생각도 있었나?
다시 이미지 트레이닝이 필요할 것 같다. 날씨도 생각하고 만원 관중석, 그리고 야구장도 생각해야 한다. 무엇보다 욕심을 부리고 과도한 힘을 쓰면 안 되기 때문에 힘을 빼는 준비도 해야 한다. 한국시리즈라고 해도 결국에는 똑같다고 생각한다. 똑같은 18.44m에서 공을 던지는 것이다. 아직 한국시리즈를 경험한 적이 없지만 너무 다른 무대라는 느낌 없이, 정신이 지배 당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를 들어본 소감은 어떤가?
많이 무겁더라. 구단에서 배려를 해주셔서 투수조 조장이라고 들 수 있는 기회를 주셨는데 구단에 감사하고 동료들에게 감사하다.
-페넌트레이스 돌아보면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다면 언제였나?
5월이었다. 당시 감독님께서 ‘네 직구 구속이 135㎞가 나와도 나는 믿음을 갖고 너를 100개까지 던지게 한다’고 하셨다. 그때부터 책임 투구수가 90개에서 100개로 늘었고 이닝도 5이닝 이상이 됐다. 야구 하면서 처음 듣는 얘기였다. 새로운 야구가 내게 다가왔다. 감독님이 믿어주시는 만큼 더 여유를 갖고 조금 더 힘을 빼고 던질 수 있었다. 큰 깨달음을 얻고 키포인트가 된 5월이었다.
-앞으로 3일 휴식이다. 3일 동안 무엇을 할 계획인가?
내일부터 먼저 혼자서 훈련하겠다는 얘기는 안 하겠다(웃음). 생각 정리도 하고 가족들과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3일을 보내고 싶다. 19일 이천 입소하는 날부터 열심히 잘 준비하겠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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