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은행채 쏟아지자 `씨 마른 회사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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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채와 한전채 등 우량 채권들이 시중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달들어 카드·캐피탈, 증권사 등 제2금융권 회사들이 연 5%대 금리를 내걸고 채권 발행에 나섰지만 실패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현대카드(신용등급 AA)는 지난 10일 회사채 303억원 어치를 기본금리에 스프레드 0.233%포인트를 얹어 4.050%에 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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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채도 연말까지 9조 추가 대기
카드·증권 5% 금리도 발행 실패
제2레고랜드 사태 재발 가능성도
은행채와 한전채 등 우량 채권들이 시중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달들어 카드·캐피탈, 증권사 등 제2금융권 회사들이 연 5%대 금리를 내걸고 채권 발행에 나섰지만 실패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금융당국이 이달들어 은행채 발행 한도를 풀면서 일반회사채 시장의 '돈맥경화' 현상은 심화되는 양상이다.
15일 금융투자(IB)업계 고위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낮은 제2금융권의 일반회사채 거래가 사실상 실종됐다"면서 "증권사는 1년짜리 전자단기사채(전단채)로 연명하고 있고, 여신전문금융회사채권(여전채)는 5% 금리를 제시해도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은행권을 제외한 다른 금융권은 지난해와 비교해 상황이 나아진 게 없다. 오히려 금융당국이 한도를 풀면서 은행채 쏠림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작년 레고랜드 사태 같은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상황이 심각하다. 채권을 발행하지 못하면 사실상 돈줄이 막힌다. 디지털타임스가 입수한 롯데·현대·신한카드 등 카드 3사의 회사채 발행 현황(10월1~10일)을 살펴보면 발행 물량이 시장서 제대로 소화되지 않고 있다. 회사채 대부분은 기본금리에 스프레드(추가 가산금리)가 붙어 판매되고 있다. 현대카드(신용등급 AA)는 지난 10일 회사채 303억원 어치를 기본금리에 스프레드 0.233%포인트를 얹어 4.050%에 발행했다. 롯데카드(신용등급 AA-)와 신한카드(신용등급 AA+)는 회사채 발행을 추진했으나 거의 팔리지 않았다. 롯데카드는 최대 수익률(금리) 5.580%를 제시했다. 신한카드 역시 4.7%대 금리를 내걸었다.
작년 말 레고랜드 사태로 은행을 제외한 금융권의 돈줄이 막히자 은행채 발행 규모를 제한한 바 있는 금융당국은 이달부터 은행채 한도를 풀었다.
은행채 외에 한전채도 쏟아지면서 회사채 시장은 우량채가 잠식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채 순발행액은 4조6800억원을 기록했다. 올들어 월별 최고치다. 이달들어 13일까지 은행채는 2조9100억원 순발행됐다. 한전채도 지난달 11일부터 발행 재개했다. 현재 공개된 한전채 잔액은 81조4000억원(9월15일 기준)이다. 한전채는 연내 9조원 이상 추가 발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법률상 한전채 한도는 90조원이다. 상환물량을 제외하더라도 8조6000억원 규모의 추가 발행 여력이 있다. 우량채들의 발행 규모는 연말까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회사채 지표는 신통치 않다. 이달들어 13일까지 회사채는 1조1379억원 순상환됐다. 발행 물량은 5193억원에 그쳤다. 만기 도래한 물량을 상환하면서도 회사채를 새로 찍어내지 못한 셈이다.
상대적으로 등급이 낮은 회사채의 발행 시장도 우량채 금리가 오르면서 전방위로 압박받고 있다. 지난 1월 연 3%대로 떨어졌던 은행채(1년물) 금리는 지난달 4%대에 재진입했다. 한전채 3년물 금리는 지난 13일 기준 4.50%를 기록했다. 무보증 3년 회사채의 금리(4.748%)와 격차는 크지 않다.
IB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비슷하면 은행채나 한전채를 사려하지 굳이 일반회사채를 거래하지 않는다"며 "금융당국의 정책이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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