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에 안 나오는데 수업 왜 들어요”…고교학점제 재검토 여론 확산
수업부담 가중·공간 부족
수능과 내신 연계 안 돼
교실 양극화 우려도
15일 서울 강동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학생들이 진로·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 들을 수 있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내신 평가 체계가 고교학점제에 맞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도입하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면서 “사회 과목의 경우 한 선생님이 경제, 지리 등 4~5개 과목을 준비해야 돼 수업 부담도 가중된다”고 말했다. 이어 “선생님이 수업준비를 열심히 했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평가가 어렵고 다양한 과목을 수용할 공간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유지되는 한 고교학점제가 탁상공론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광진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내신 성적을 잘 받으려는 학생과 수능에 ‘올인’하는 학생들로 교실이 반으로 갈릴 것”이라면서 “고등학교 2·3학년 때 선택과목을 수강하더라도 수능에 나오지 않으니 수업을 들을 유인이 없고 선생님도 수능 문제풀이 위주의 수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고교 2학년때부터 자신의 적성을 파악해 진로를 선택하고 이에 맞는 과목을 이수하는 것이 과연 현실적이고 합리적인가 하는 물음이 제기된다. 한 교사는 “고교학점제는 지금까지 대학과정부터 요구돼온 학생의 선택권을 고등학교로 앞당기는 제도”라며 “이것이 중등과정에서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교육효과를 가져올지 의문”이라곤 비판했다. 그나마 실질적인 선택권 확대로 이어진다면 모를까 어차피 대학입학이 절대적 목표가 되는 현실에서 ‘파행’이 예고된 교육실험이라는 것이다.
고교학점제가 갖는 문제점을 그대로 두고 이와 명백히 모순되는 상대평가제 확대를 결정한 교육부에 대해서는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같이 갈 수 없다면 하루빨리 한쪽을 포기해야 하는데 문제 화근을 그대로 방치했다는 주장이다.
강태훈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 개편 시안에 대해 “대입 현실과 교육적 이상의 절충안이지만 균형일지 타협일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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