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재의 파도를 넘어] 탄소 쓰나미가 돼버린 수소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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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는 지진과 함께 온다.
수소경제가 주목받은 건 수소가 탄소중립 달성에 꼭 쓰일 곳이 있어서다.
하지만 이행에 들어선 정부의 수소경제 계획을 뜯어보면 탄소배출 함정투성이다.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시작된 한국의 수소경제였지만, 우리 눈앞의 현실은 화석연료 산업의 생명선을 연장하기 위해 구름 위에 지어버린 공급과 수요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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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재의 파도를 넘어]
오동재 | 기후솔루션 연구원
쓰나미는 지진과 함께 온다. 지각변동의 에너지는 쓰나미가 되고, 쓰나미는 육지에 닿아 해안가를 넘어 인근을 덮치고 에너지를 해소하고 나서야 물러선다.
3년 전 ‘2050년 탄소중립’이란 지각변동이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을 흔들었다. 그 지각변동의 가장 큰 수혜자였던 ‘수소경제’란 파도가 가시권에 들어섰다. 올 초 수소발전 입찰시장 개설과 함께 청정 수소의 기준도 곧 정해진다고 한다. 충남 보령에선 천연가스(LNG)를 수소로 만드는 플랜트도 구축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눈에 들어온 수소경제는 기후대응보단, 온실가스의 쓰나미에 가까워 보인다. 난감하다.
수소경제가 주목받은 건 수소가 탄소중립 달성에 꼭 쓰일 곳이 있어서다. 수소는 철강과 해운 산업 같은 탄소배출은 많지만 감축이 어려운 산업, 대형화물 산업의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 꼭 필요하다. 수소 외의 기술적 감축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위 산업의 수소 활용 기술이 상용화될 2030년 이후, 산업·운송 부문 배출 감축을 위해 수소는 필요하다.
하지만 이행에 들어선 정부의 수소경제 계획을 뜯어보면 탄소배출 함정투성이다. 하나는 수소의 공급 방식이다. 수소는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그린수소’만 온실가스가 배출되지 않는 ‘청정수소’다. LNG 같은 화석연료로 만든 ‘그레이수소’, (그레이 수소에서 이산화탄소를 일부 포집한) ‘블루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상당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일부 연구는 LNG를 그냥 태우는 게 LNG로 블루수소를 생산하는 것보다 온실가스를 덜 배출한다고 지적한다.
불행히도 현재 한국 2030년 수소 공급목표의 대부분(87%)이 화석연료다. 벌써 포스코인터내셔널, 에스케이 이엔에스(SK E&S) 같은 기업들이 수소를 이유로 신규 가스전 개발을 호주·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이건 시작일 뿐이다. 정부의 2030년 수소 생산 7년 만에 현재 국내 LNG 공급의 15%(600만톤)가 추가로 필요한데, 이는 곧 또 다른 가스전의 추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두번째 함정은 수요에 있다. 지금 한국의 수소 수요는 앞서 소개한 철강·해운 등이 아닌 발전부문에 집중돼 있다. 2년 전 수소 수급 목표를 세울 당시, 정부는 직전 달 국제사회에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 수소 수요보다 2배 늘려 잡았다. 증가분은 모두 발전부문 수요로, 그 덕에 발전부문 수소 수요가 전체의 90%가 됐다. 그중 상당량이 기존 석탄·가스 발전에 암모니아·수소를 섞어서 혼소(혼합해서 연소)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산업부문과 달리 전력부문은 재생에너지란 명확한 중장기 대안이 있다. 수소 혼소 계획이 기존 석탄·가스 발전소의 수명 연장을 위한 알박기 시도란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려가 그뿐일까. 올해 미국 투자은행 라자드(Lazard)는 가스복합화력에 수소 혼소 때 발전원가(LCOE)가 최대 2배 넘게 올라갈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가스 가격 폭등으로 한전의 적자와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나날이 늘어나는 지금 한국 상황에선 청천벽력 같은 소리다.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시작된 한국의 수소경제였지만, 우리 눈앞의 현실은 화석연료 산업의 생명선을 연장하기 위해 구름 위에 지어버린 공급과 수요뿐이다. 수소의 공급(가스전 개발)과 수요(석탄·가스 발전 활용) 모두 대규모 온실가스를 동반하는 화석연료 개발 사업이다. 단지 차이점이라면 ‘수소’라는 비효율적이고 비싼 명찰로 갈아 끼운 정도 있겠다.
탄소 쓰나미가 몰려드니, 이제는 방파제를 쌓을 시간이다. 어디에 어떻게 설지 고민이라면 지금 옆에 함께 서자. 다음 세대가 뒤이어 만들 방파제가 보다 이것보다는 작아도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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