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었다 가세요" 미용실 원장이 놓은 벤치, 이제는 '동네 사랑방'
[앵커]
거리 위에 그대로 앉아 쉬거나, 사람을 구경하는 어르신들. 주택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본 한 사람의 아이디어로 가게 앞에 벤치가 놓이면서 동네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합니다.
이승환 기자입니다.
[기자]
강아지 '노니'와 함께하는 산책길.
지혜순 씨는 꼭 들르는 곳이 있습니다.
미용실 앞에 마련된 '골목 쉼터'입니다.
[지혜순/경기 성남시 금광동 : 강아지도 올라와서 앉으려고 그래요. 아주 힐링 되죠.]
긴 벤치 두 개뿐이지만, 걷기 힘든 노인들에겐 더없이 소중한 공간입니다.
[양양자/경기 성남시 금광동 : 여기 잠깐 쉬는데 아주 보약 한 그릇 마시는 만큼 여기가 좋은 자리예요.]
집배원도 이곳에서 잠시 숨을 돌립니다.
[김현국/집배원 : 오토바이를 많이 타고 다니면 허리가 많이 아프거든요.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지난 2018년 6월, 미용실 원장인 윤길찬 씨가 자신의 땅에 놓았습니다.
[윤길찬/미용실 원장 : 쉬실 데도 없고 그냥 길에 많이 앉아계시더라고요. 좀 앉아계셨다 가시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서…]
곧 쓰레기가 쌓여 흉물스러워질 거라고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우였습니다.
쓸고 닦는 사람, 화분을 두고 가는 사람… 모두가 자기 의자처럼 챙겼습니다.
이제는 '동네 사랑방'이 됐습니다.
[{뭐 사 오시는 거예요?} 무 하고 호박 말리려고. 지금 말려야 되니까.]
[김삼순/경기 성남시 금광동 : 이런 데 나와서 아줌마들 만나고 얘기하면 너무 기분이 좋고 그래요.]
윤씨는 20년 가까이 미용실을 운영하며 느낀 '감사'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윤길찬/미용실 원장 : 저 혼자 힘으로 사는 게 아니잖아요. 지금처럼 또 지나다니시는 분들한테 조용히 그냥 쉼터가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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