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100만 난민 대피 불가능”… 美, 일촉즉발 확전 저지 총력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지안 2023. 10. 1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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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수십만 피란… 이란 “지상전 땐 개입”
네타냐후 첫 전시회의 “하마스 부술 것”
이, 주민 대피 재촉구… 美 항모 추가 배치
육로 탈출구 폐쇄… 피란민 벼랑 끝으로
가자 북부 주민들 남부로 대피 중
도로 포격에 피란길 아동 등 피해
이집트 국경 폐쇄… 인도주의 위기
WHO “가자 의료진 대다수 잔류”
블링컨, 빈살만·왕이와 사태 논의
이·팔 사망자 수 3600명 넘어서

이스라엘군(IDF)이 연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의 지상전이 임박했다는 최후통첩을 날리는 가운데 피란길에 나선 가자 주민 수십만명이 물·식량·의약품 부족과 육로 탈출구 폐쇄로 신음하고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지상전 개시를 ‘레드라인’(한계선)으로 못 박으며 개입을 경고했고, 미국은 두 번째 항모전단을 지중해 동부로 보내며 확전 방지에 주력했다.

이스라엘군은 15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주민들을 향해 “오후 1시(한국시간 15일 오후 7시)까지 (3시간 동안) 대피 경로에서 어떠한 작전도 수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남쪽으로 이동하라고 통보했다. 전날 6시간 동안 ‘대피의 창’이 열려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재차 대피를 촉구한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야권이 포함된 전시비상내각을 처음 소집해 “우리 군은 피에 굶주린 괴물들을 물리치기 위해 언제든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하마스는 우리가 무너질 것으로 여겼지만 우리가 그들을 부숴버릴 것”이라고 했다. 지상군 투입 및 하마스와의 전면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다.
당나귀 탄 가자 피란민 이스라엘 지상군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투입이 임박한 13일(현지시간) 가자시티 주민들이 대피령에 따라 당나귀가 끄는 수레 등을 타고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식수·음식 등이 부족한 데다 100만명 이상 주민이 단시간 내 피란길에 오르면서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가자지구=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은 하마스 지도부 제거가 최종 목적인 이번 지상전에 2006년 레바논과의 전면전 이후 최대 규모인 수만 명의 병력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이 완전히 대피하지 못한 상황이라 진입 시점은 아직 불투명하다. 조나단 콘리쿠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미 CNN방송에 “민간인이 그 지역을 떠난 것을 확인한 후에만 작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25시간 넘게 충분한 경고를 했다”며 강제 대피령을 반복했다.

◆피란행렬 속 인도주의 위기 고조

이미 전기·식수가 끊긴 가자지구에서는 전체 인구 220만명 중 절반에 가까운 100만명이 난민으로 전락한 상태라고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는 전했다.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이 이어지면서 팔레스타인 측 희생자는 이미 이스라엘 측 인명피해를 넘어섰다. 충돌 9일째인 15일 오전 기준 이스라엘은 1300명, 팔레스타인은 2383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는 2014년 이·팔 ‘50일 전쟁’ 당시 2251명보다도 많아졌다.
이스라엘軍 장갑차는 진격 중 이스라엘군 장갑차 행렬이 가자지구 외곽에서 기동하는 모습. 가자지구=AFP연합뉴스
피란길 안전도 담보되지 않는 상황이다. CNN 등은 대피 경로 중 하나인 살라 알딘 도로가 포격을 당해 어린이 시신이 트레일러에 실린 모습이 관측됐다고 보도했다.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병원 중환자실은 부상자들로 가득 찼으며, 대부분은 3세 미만 아이들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이 병원 모하메드 칸딜 박사는 “이들은 전기가 끊기면 생명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고 했다.

가자지구 북부 의료기관 22곳도 2000여명의 환자로 포화 상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런 상황에서 의료진과 환자를 남부로 옮기라는 것은 사형 선고나 다름 없다”며 “위중한 환자 상태를 고려해 의료진 대다수가 잔류를 택했다”고 밝혔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도 “인구가 밀집된 전쟁 지역에서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음식, 물, 숙소가 없는 곳으로 옮기는 것은 영토 전체가 포위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곳을 벗어날 유일한 육로 탈출구인 이집트 라파 통행로는 여전히 굳게 잠겨 있다. 앞서 미 정부는 가자지구 내 미 국적자 500∼600명가량을 대피시키기 위해 이스라엘·이집트와 라파 국경을 ‘인도주의 통로’로 일시 개방하기로 합의했으나, 이스라엘이 이집트를 통해 들어오는 구호대에 대한 수색 절차를 요구했고 이집트가 거부해 결국 합의가 무산됐다고 NYT는 전했다.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라파 통행로로 탈출하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이집트 정부가 정세 불안 등을 이유로 난민 수용을 완강히 반대해서다. 하마스 정치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 역시 14일 난민들이 이집트에 영구적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을 우려하며 “가자에서 이집트로 이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수송기 급파… 교민 등 220명 무사 귀환 우리 교민 등을 태우고 이스라엘을 출발한 공군 KC-330 수송기가 14일 오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착륙해 탑승자들이 내리고 있다. 앞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충돌이 격화하자 정부는 이스라엘에 거주하거나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의 안전한 귀국을 위해 수송기를 급파했다. 이날 입국자는 우리 국민 163명 외에 일본인 51명, 싱가포르인 6명까지 총 220명이다.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무상은 15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한국이 이스라엘에서 일본인을 이송해준 것에 고마움의 뜻을 표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란 참전 우려도 고조

이스라엘의 지상전 개시 압박에 이란도 개입 카드로 맞서며 확전 우려를 키웠다. 이날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유엔을 통해 “이란에는 레드라인이 있으며,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실행할 경우 이란도 이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미 액시오스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는 이날 카타르 도하에서 하니예와도 회담을 갖고 하마스 목표 달성을 위해 계속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스라엘 북부 전선의 전운은 계속 고조되는 중이다. 레바논과 산발적 교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리아 동부 데이르에조르에 주둔 중이던 이란 혁명수비대 병력이 이스라엘에서 훨씬 가까운 남서부 다마스쿠스 인근 지역으로 재배치됐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이 시리아 정부 고문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은 이란을 필두로 한 이들 ‘시아파 벨트’의 참전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 8일 제럴드 포드 핵 항모전단에 이어) USS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항모전단에 동부 지중해 이동을 명령했다”며 “전쟁을 확대하려는 모든 노력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동에 급파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15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만나 확전 저지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전날에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1시간가량 통화해 중동 지역에 영향력이 있는 중국이 충돌 확산 방지를 위해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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