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비인가 러시아제 부품 장착 헬기 보유 뒤늦게 파악…‘손실금만 2억’

최지영 기자 2023. 10. 1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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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흠 국민의힘 의원, 15일 문재인 정부 시절 한국 산림청-러시아 부품사 계약 문제 지적
산림청, 러시아제 KA-32 헬기 부품 ‘하부슬립링’ 구매 후 산림청 보유 헬기 5대에 장착
올해 초 입찰 과정서 계약한 우리나라 부품 공급사, 부품 성능 서류 ‘위조’ 정황 포착
헬기 비인가 부품 수리, 비인가 부품 대체품 장착 등으로 발생한 손해, 1억9000만 원 상당
산림청, 위조서류 제출한 공급사 대표 부동산 가압류·추징 절차 착수 등 후속 조치
산림청 헬기 올해 4월 산림청 산불 진화 헬기가 투입돼 대전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는 모습(사진과 기사 내용은 무관). 연합뉴스.

산림청이 러시아제 KA-32 헬기에 들어가는 부품을 구매한 뒤 산림청이 보유한 헬기에 장착했지만, 해당 제품 모두 인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산림청은 이 과정에서 부품을 공급한 국내 회사가 부품의 안정성을 증빙할 서류를 가짜로 만들었다는 점을 뒤늦게 인지했는데, 헬기 비인가 부품 수리, 이후 대체품 설치 비용 등으로 2억 원 가까이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나면서 추징 절차 등 부랴부랴 후속 조치에 나선 모양새다.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산림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림청은 올해 4월 최근 산림청이 보유하고 있는 헬기 5대에 러시아산 부품을 수입해 공급하는 국내 업체 A사에서 들여와 장착한 러시아산 하부 슬립링(헬기 회전부 핵심 장치 중 하나) 5개가 비인가 제품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산림청은 4월 1일부터 5일까지 5일 동안 문제가 된 하부 슬립링을 교체 및 점검하기 위해 해당 헬기들의 가동을 중단한 뒤 부품 교체를 완료했으며, 현재 헬기는 정상 운행하고 있다. 헬기가 일시적으로 운행되지 않던 기간은 봄철 산불 조심 기간으로, 닷새 동안 전국에서 59건의 산불이 발생하는 등 재해가 곳곳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산림청은 2020년 1월 조달청을 통해 슬립링 부품 도입과 관련한 입찰공고를 게시하고 총 5개 공급사 가운데 최저 가격을 제시한 국내 부품 공급사인 A사와 계약했다. 산림청 산림항공본부는 이 과정에서 A사가 제출한 부품의 성능 등이 명시된 서류의 진위 확인을 위해 2020년 3월 5일 러시아 소재 부품 제조사인 B사에 증명서 진위확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도입될 부품이 외국에서 제작된 ‘외자구매’ 상품으로, 통상 계약할 때 외국에 위치한 제조사와 직접 계약 방식이 아닌 중간 업체인 우리나라 공급사와 계약을 맺는 과정으로 진행되는 만큼 제출 서류가 진짜인지 확인 작업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산림청은 3월 17일 B사로부터 A사의 부품 증명서가 ‘위조됐다’는 내용을 이메일로 전달받았지만, 하루만인 3월 18일 A사에서 보낸 부품 증명서가 위조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B사에게서 다시 받았다. 이후 산림청은 계약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하지만 계약이 체결된 3년 뒤인 올해 3월 당시 입찰에 참여했던 다른 부품 공급 업체인 C사가 A사가 제출한 부품 관련 서류가 ‘위조됐다’고 문제를 제기하며 B사가 조달청에 보낸 메일을 증빙자료로 제시했다. C사가 제보한 이메일에 따르면, B사는 산림청과 조달청에 1차로 2020년 3월 17일 ‘증명서 위조’ 회신을 한 뒤 4월 7일에 한 번 더 증명서가 위조됐다는 점을 알렸고, 이와 함께 과거에도 위조문서가 접수돼 계약이 체결된 사례가 있는지 문의했다. 하지만 산림청으로부터 이에 대한 회신을 받지 못하자, 4월 29일에 세 번째로 다시 한 번 확인 요청 메일을 보냈다.

산림청은 곧바로 사실 확인에 나섰다. 산림청은 당초 3월 17일 B사가 가장 처음 보낸 ‘A사의 부품 증명서 위조 사실 확인’, 하루 뒤 받은 ‘A사 부품 증명서 사실 확인’과 관련한 공문은 갖고 있지만, 이후 B사가 보낸 2차와 3차 ‘증명서 위조 사실 확인’은 메일, 관련 서류는 모두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이후 산림청이 자체적으로 다시 이메일 점검 등을 하고 B사에 문의한 결과, B사는 3월 17일에 보낸 부품 증명서는 자신들 회사가 보낸 것이지만, 하루 뒤 보낸 3월 18일 증명서는 실제로 발송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산림청은 이같은 과정을 통해 A사가 부품 증명서를 위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 의원은 "‘비인가 부품’ 사용은 헬기의 안전문제와 직결된 사안인 만큼 산림청은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바라봐야 한다"며 "다시는 이런 불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산림청은 헬기 부품 수리, 이후 ‘비인가 부품’ 대체 부품 장착 등의 비용으로 1억9000만 원 상당의 손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산림청은 이번 사건을 파악한 뒤 위조서류를 제출한 A사 대표의 부동산을 가압류하는 한편, 손실금에 대해선 모두 추징될 수 있도록 법적 조치를 했다고 전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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