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역만리서 성공 비결은 끈끈한 네트워킹

김명환 기자(teroo@mk.co.kr) 2023. 10. 1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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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철 美한인상의총연합회장 겸 웨일엔터프라이즈 회장
의료기기 성공신화 애틀랜타 한상
한인비즈니스대회서 8조 '메가딜'
2004년부터 꾸준히 한인단체서 봉사
美 조지아주와 한국간 교류 역할도
"韓중기의 美 진출, 한상이 발판돼야"

◆ 톡톡! 경영인 ◆

"머나먼 이국에서 성공이란 혼자서 쟁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끈끈한 네트워킹이야말로 다 같이 성공할 수 있는 첩경이지요. 역대 최초로 미국에서 성공리에 치러진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세계한상대회)가 이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미국에 건너온 지 30년을 훌쩍 넘긴 '대구 남자' 이경철 웨일엔터프라이즈 회장의 눈빛은 강렬했다.

올해부터 그는 미국 78개 도시에서 활동 중인 한인상공회의소를 대표하는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를 이끌고 있다.

애틀랜타를 대표하는 한상(韓商)인 이 회장은 성공 비결로 '관계의 발전'을 강조했다. 이런 그의 확신은 제21차 세계한상대회에서도 증명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열린 이번 대회는 기업체 535곳, 참가 인원 3만명이라는 기록을 남기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행사 기간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이 회장은 "30만 재미동포 기업체의 염원을 담아 임기 동안 더 큰 성과를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는데, 첫 단추를 잘 끼우게 됐다"며 "그동안 꾸준히 네트워크를 키워온 세계한상대회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네트워킹을 한상의 성장동력으로 꼽는 데는 그의 경험이 짙게 깔려 있다.

1989년 미국으로 건너온 그는 처음엔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무역회사를 운영하다가 1996년부터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정착했다. 모국이 IMF 외환위기를 겪을 적부터 현재의 터에서 기업을 일군 것이다.

그가 운영하는 기업은 의료기기 사업을 영위하는 웨일엔터프라이즈LLC와 주류 무역 유통을 담당하는 웨일엔터프라이즈, 목재 가공업체인 글로벌우드스틱 등이다.

특히 웨일엔터프라이즈LLC는 미국 내 5000여 개 병원에 주사기와 정맥(IV) 치료백신을 공급하고 있고, 연매출은 50억달러(약 6조7500억원)에 이른다.

이 회장은 "웨일엔터프라이즈를 경영하면서 촘촘히 구축해둔 네트워크가 코로나19 팬데믹 때 빛을 발했다"며 "주로 중국 등에서 의료기기를 공수하던 병원과 의사들이 팬데믹으로 판로가 막히자 그간 신뢰했던 웨일엔터프라이즈에 타개책을 문의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 내 4500개 병원에 방역 물품을 공급하는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마스크와 주사기, 방역장비들을 공급하고 있다"며 "병원 방역품과 장비는 소모품이라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라고 불리는데 팬데믹 이후 시장이 팽창했다"고 덧붙였다. 사업가로서 준비된 노력이 기회를 만나 더 큰 기업의 성장을 일으킨 셈이다.

이 회장은 올해 세계한상대회에서 '역대급' 의료장비 인수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지난 12일 VC투자포럼에서 방역용 위생장갑 2억4600만 박스를 미국 기업 HN메디컬서플라이로부터 인수했다. 인수 금액만 59억달러(약 7조9600억원)에 달한다.

말레이시아 기업 크랜베리가 생산한 제품으로 미국 휴스턴(68개), 캘리포니아(40개)에 있는 창고를 그대로 인수하는 계약이다. 그는 "회사가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의 22% 정도를 투입했다"며 "의료장비 사업을 더욱 견실히 이끌 수 있는 거래라서 인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사업 이외의 미국 내 한인사회 활동에서도 그의 추진력은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 회장이 한인 네트워크에서 보이는 왕성한 활동은 주위에서도 엄지를 추켜세울 정도다. 그는 2004년부터 꾸준히 한인단체에서 봉사해오고 있다.

애틀랜타 한인회 이사장,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 수석부회장 등을 지내다가 올해 5월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 제29대 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활동 기간 내내 미국 단체 및 기업들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해왔다. 상공회의소의 역할에 대해 이 회장은 "미국 주류 상공회의소는 시골에도 조직돼 있다"며 "이들 주류 사회단체와의 교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 곳곳에 산재한 현지 상공회의소들과 연결하면서 서로 네트워킹하고, 한국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 새로운 미래상"이라고 강조했다.

왕성한 활동의 동력은 역시 고향인 한국을 향한 애정이다. 실제로 이 회장은 지난 4월 존 오소프 조지아주 상원의원이 방한하는 데도 역할을 했다. 오소프 의원은 당시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과 만났다.

이 회장은 조지아주에서 한국 운전면허증이 인정받는 것에도 힘썼다. 조지아주에서는 한국 운전면허증이 있으면 따로 면허시험을 보지 않아도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데, 그가 조지아 상공회의소에 몸담고 있을 때 애틀랜타 총영사관과 함께 노력해 한국과 조지아주 간 협정을 이끌어낸 바 있다.

이 회장은 "제가 있는 조지아주를 비롯해 미국 동남부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이 조지아 150곳을 포함해 250여 곳에 달한다"며 "이를 발판으로 한국의 경쟁력 높은 중소·중견기업이 미국 전역에 더욱 활발히 진출하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1964년 대구 출생 △대륜고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조지아 한인청년상공회의소 회장 △조지아 한인상공회의소 이사장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 수석부회장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 회장 △글로벌우드스틱 회장 △웨일엔터프라이즈·웨일엔터프라이즈LLC 회장

[김명환 기자 / 사진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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