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린 '임금의 길'·확 바뀐 현판···새로운 광화문 열렸다
검은 바탕에 금빛 글자 '광화문'
100년만에 경복궁 위용 되찾아
대한민국 서울의 대표적인 궁궐인 경복궁의 상징이자 임금과 백성이 함께 희로애락을 즐기던 ‘여민동락(與民同樂)’의 무대였던 광화문 월대가 100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했다. ‘광화문’을 나타내는 현판도 검정 바탕에 금빛 글자로 교체됐다.
문화재청은 15일 서울 광화문 앞 광장에서 ‘월대와 현판 복원 기념행사’를 열고 이들을 일반에 공개했다. 문화재청은 “돌아온 월대는 경복궁의 핵심인 광화문 복원 사업을 마무리하는 완성”이라고 전했다.
이날 시민들은 월대 앞으로 이동된 해치상에 반갑게 인사한 후 길이 48.7m, 폭 29.7m, 높이 0.7m의 월대를 걸으면서 경복궁의 위용을 다시금 되새겼다. 월대 가운데 폭 7m의 어도(임금이 다니던 길)에 오르기도 했다.
이날 특별한 관심이 모인 곳은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 유족 측이 기증한 서수상(瑞獸像·상상 속 상서로운 동물상)이었다. 다른 궁궐(창덕궁·덕수궁) 월대와는 달리 광화문 월대에만 있는 난간석과 이날 새롭게 공개된 금빛 ‘광화문’ 현판도 주목을 받았다. 문화재위원회 산하 궁능문화재분과 위원장인 홍승재 원광대 명예교수는 월대 복원에 대해 “그동안 단절됐던 광화문과 육조거리(광화문 광장)를 연결함으로써 한양도성의 중심축을 회복하고 각 유적을 잇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월대는 조선시대 궁궐에서 건물 앞에 계단식으로 넓게 설치한 대를 일컫는다. 근정전 등 전각의 월대와 대문의 월대로 크게 나뉜다. 광화문 월대는 대표적인 궁궐 정문의 월대다. 조선 초기부터 있었고 중국·일본 등 다른 나라에도 있는 궁궐 전각의 월대와 달리 궁궐 대문의 월대는 조선 후기 왕권이 강화되고 더불어 백성들과의 친밀한 관계가 필요해짐에 따라 새로 생겨난 조선 특유의 양식이다.
임진왜란 때 불탄 경복궁을 1867년 중건하면서 광화문 월대도 함께 설치됐는데 이후 일제강점기에 훼손됐다가 1923년 전차 선로까지 놓이면서 완전히 파괴된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문화재청은 2006년부터 광화문을 복원·정비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는데 기존 철근콘크리트 광화문을 전통 방식의 광화문으로 2010년 교체한 것이 대표적이다. 월대 복원 작업은 2021년 9월에 시작했고 이어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인 복원 공사에 들어갔다.
땅속에 묻혀 있던 월대의 흔적을 찾은 후 경기 구리시 동구릉의 난간석 등 각지에 흩어져 있던 석재를 모으고 새로운 돌을 새겨 월대를 완성했다. 이 선대회장 유족 측이 기증한 서수상은 월대 가장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또 그동안 광화문 바로 앞에 있었던 해치상은 월대 앞으로 옮겼다.
이에 따라 현재 서울 사대문 안 5대 궁궐 가운데 대문 월대가 있는 곳은 3곳으로 늘어났다. 창덕궁의 돈화문 월대는 20세기 초 궁궐 안 자동차 통행을 위해 정문에 진입로를 만들면서 흙 속에 묻혔다가 1996년에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발굴해냈다. 2020년 월대 앞 율곡로의 지반을 깎아 현재의 위용을 되찾았다. 조선 후기 만들어진 원형에 가장 가깝다는 평가다.
덕수궁의 대한문 월대는 올해 8월 새로 만들어 설치됐다. 다만 현재 대한문의 위치가 원래 장소가 아닌 점을 감안해 월대도 ‘복원’이 아닌 ‘재현’이라는 표현이 사용된다.
이날 월대와 함께 광화문의 새로운 ‘이름표’도 공개됐다. 2010년 제작된 기존 현판이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자였다면 새 현판은 검정 바탕에 동판을 도금한 금빛 글자로 한자 ‘光化門(광화문)’을 새겼다. 글자는 경복궁 중건 당시 훈련대장이자 영건도감 제조를 겸한 임태영의 것을 따랐다. 학계 안팎에서는 10년 넘게 여러 차례 연구와 고증, 전문가 논의를 거쳐 만든 새 현판이 그간 현판 복원을 둘러싸고 이어온 논쟁의 마침표를 찍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번 광화문 월대의 복원으로 광화문의 모습이 상당히 바뀌었다. 경복궁에서 열리는 수문장 교대 의식은 월대를 이용하면서 한층 화려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직로가 월대 앞에서 ‘U’자형으로 휘면서 자동차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다소 불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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