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B 불법공매도 딱 걸렸다
무차입 공매도로 수수료 극대화
거래액 560억…최대 과징금 예고
글로벌 투자은행(IB)이 국내 자본 시장에서 장기간 고의적인 불법 공매도를 자행한 사실이 처음으로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15일 글로벌 IB 2곳이 국내 주식 시장에서 560억원 규모의 불법 공매도를 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들이 착오가 아닌 고의적으로 불법 공매도를 했다고 보고,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을 부과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주식을 미리 빌리지 않은 상태에서 향후 차입이 가능한 수량만큼 잔액을 부풀려 더 많은 공매도를 통해 수수료를 극대화하는 방식을 취했다. 법령상 주식을 공매도하기 위해선 주식을 미리 빌린 다음 그만큼만 공매도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 IB는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하고 사후에 차입하는 방식으로 불법 공매도를 지속했다.
A투자은행은 2021년 9월부터 2022년 5월까지 101개 종목에 대해 40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B투자은행은 2021년 8월부터 12월까지 9개 종목에 대해 160억원 규모로 무차입 공매도를 벌였다.
금감원은 이들과 비슷한 영업을 하는 주요 글로벌 IB를 대상으로 조사를 확대한다. 금감원 측은 "일부 IB에서 장 개시 전 소유 수량보다 많은 수량을 매도하는 등 장기간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정황이 발견돼 조사 중"이라며 "다른 IB에서도 이상거래 발견 시 즉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무차입 공매도는 증시 변동성을 확대하고 주가 낙폭을 키우는 행위로, 국내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지돼왔다.
무차입 공매도 칼빼든 당국 "이상거래 발견시 추가 조사"
A투자은행은 내부 부서 간 주식 대차 내역을 시스템에 입력하지 않아 실제 소유 주식보다 많은 잔액으로 매도 주문을 내는 수법을 이용했다.
예를 들어 100주를 보유한 X사의 Y부서가 Z부서에 50주를 대여한다면, Y부서는 대여 내역을 입력하지 않고 잔액을 100주로 유지하는 반면 Z부서는 차입한 50주를 잔액에 기입하는 식이다.
실제로는 두 부서에 50주씩 총 100주가 있지만 잔액상 주식은 총 150주로 인식된다. X사가 150주 잔액을 기초로 매도 주문을 제출해 50주만큼 무차입 공매도가 발생한다.
A투자은행은 매번 부족한 주식 수량에 대해 사후에 추가 차입을 통해 해결하며 위법 행위를 방치해왔다는 게 금융감독원의 지적이다.
A투자은행 계열사인 국내 수탁증권사도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지속적으로 수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탁증권사가 어느 정도 조력했는지 판단해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B투자은행은 고객으로부터 총수익스왑(TRS) 주문을 받고 이를 헤지하기 위한 공매도 주문을 내는 과정에서 향후 차입 가능한 수량을 기준으로 주문을 제출해왔다.
외부 기관에서 100주까지 차입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면 차입 확정 이전임에도 100주 더 많은 공매도 주문을 제출하는 식이다. B투자은행은 이후 최종 공매도 수량이 체결되면 차입 계약을 사후 확정했다.
두 글로벌투자은행의 목적은 수수료 극대화다. 해외 기관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공매도하고자 할 때 두 IB와 매도 스왑 거래를 체결하고 IB는 이를 헤지하기 위해 공매도 주문을 제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실제 주가가 내림으로써 IB가 얻는 이익은 없다.
국회도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을 본격 논의한다. 정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공매도 관련 국민동의청원이 5만명을 넘었기 때문에 이제 국회에서 다뤄야 할 것"이라며 "국감 이후 공매도 청원을 국회 차원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국회 홈페이지에 등록된 공매도 제도 개선 국민청원은 8일 만인 지난 12일 5만명의 동의를 달성했다.
[최희석 기자 /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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