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인상 설득 '고육책'···희망퇴직 재원, 임금인상 반납분 활용할듯

세종=곽윤아 기자 2023. 10. 1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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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희망퇴직 카드 꺼낸다
기존 자구책 이행 지지부진에
산업 장관 '고강도 혁신' 주문
인력구조조정 특단 대책 추진
노조 반발 속 "유동적" 관측도
[서울경제]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최근 에너지 공기업 14곳을 불러 모아 “적자를 해소해야 한다는 이유로 에너지 비용을 요금으로 국민에게 모두 전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전력을 꼭 집어 “제2의 창사에 임한다는 각오로 국민이 납득할 수준의 추가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다. 강도 높은 경영 혁신 없이는 전기료 인상은 없다고 못 박은 셈이다.

한전이 ‘희망퇴직’이라는 특단의 자구안 마련에 골몰하는 배경이다. 김동철 한전 사장도 이달 4일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인력 효율화와 매각 가능한 자산 발굴 등 과거에 상상할 수 없었던 특단의 2차 추가 자구안을 만들고 있다”며 희망퇴직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전은 희망퇴직 공고 발표를 염두에 두고 희망퇴직자에게 지급할 위로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재원으로는 간부직 약 5700명이 반납할 올해 임금 인상분 등이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5월 한전은 자구책을 발표하며 2직급(부장급) 이상은 임금 인상분 전액, 3직급(차장급)은 절반을 반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4직급 이하 직원 1만 8000명의 임금 인상분 반납 역시 협의 중이다.

만약 관련 논의가 무난하게 이뤄져 희망퇴직이 단행되면 1961년 창사 이래 두 번째다. 한전은 앞서 2009~2010년에 걸쳐 총 420명에 대한 희망퇴직(명예퇴직·조기퇴직)을 시행했다. 명예퇴직은 20년 이상 근속하고 잔여 근무 기간이 1년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조기퇴직은 명예퇴직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직원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명예퇴직자에 대한 위로금은 1억 원 한도 내에서 명예퇴직급의 70%, 조기퇴직은 근속 기간에 따라 연봉월액(연봉을 12로 나눈 금액)의 3~18개월분이 지급됐다. 당시에도 간부들이 반납한 임금 인상분과 성과급이 위로금 재원으로 쓰였다. 당시 희망퇴직은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 선진화’ 기조하에 인원 감축 규모 및 방법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뤄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전이 스스로 희망퇴직을 검토하고 있다는 게 과거와의 차이점으로 꼽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는 한전 등 에너지 공기업에 별도의 개혁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았다”며 “한전이 자발적으로 자구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희망퇴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직원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전이 자발적으로 희망퇴직을 들여다보는 것은 앞서 발표한 자구책 이행 속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한전은 2026년까지 18조 1000억 원 규모의 재무 개선 계획(그룹사 제외)을 발표, 올 8월까지 9조 4000억 원을 확충했다. 사업 시기 조정 및 경상 경비 감축 등을 통해 내부적으로 아끼고 아낀 결과다.

하지만 재무 개선 속도를 확 높일 ‘자산 매각’ 부분만 뜯어보면 실적이 부진하다. 한전은 등 자산 매각을 통해 1조 5000억 원을 확충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이뤄진 것은 4000억 원에 불과하다. 한전은 “계약 조건을 완화하는 등 (자산 매각을 위한) 추진 전략을 구체화해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경영난 돌파의 정공법인 전기료 인상을 위한 국민 설득에 나서기 위해서는 희망퇴직 카드와 같은 눈에 띄는 자구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동전쟁이 고공 행진 중인 유가에 기름을 끼얹는 형국이라 내부적으로는 전기료 인상을 더 미룰 수 없다는 절박감도 감지된다. 정부 관계자는 “겨울에는 난방 사용도 늘어 국민들이 체감하는 에너지 비용 부담은 더 커진다”며 “총선까지 앞두고 있어 전기료 인상은 쉽지 않고 올리더라도 미미한 수준에 그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기료 인상을 미룬 탓에 한전의 역마진 구조도 여전한 상황이다. 한전의 8월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8월 누적 기준 1㎾h당 전기 구입 단가와 판매 단가는 각각 153.7원, 151.3원이다. 전기 구입 비용이 판매 비용보다 비싼 역마진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송·변전 시설 투자비, 인건비 등을 반영하면 한전의 적자 구조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세종=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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