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한국선 너무 불편해…이 나라로 달려간 K플랫폼

김대영 매경닷컴 기자(kdy7118@mk.co.kr) 2023. 10. 1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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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로 찾는 의료 플랫폼들
비대면 진료 가로막히자
해외 진출 등 사업 다각화
정부, 국회와 법제화 협의
비대면 진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국내에서 비대면 진료가 가로막히자 한 의료 플랫폼 기업이 해외 진출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나섰다.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시기에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그러나 엔데믹 전환 이후에는 특정 조건에서만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상황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엔데믹 전환으로 비대면 진료가 사실상 허용되지 않으면서 의료 플랫폼 기업들이 저마다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코로나19 시기 한시적으로 전면 허용됐다. 이후 코로나19 감염병 위기단계가 조정되자 지난 6월부터는 ‘초진 환자 금지’ 등 조건부로 시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계가 노출되자 상당수 비대면 플랫폼이 사업을 포기하는 등 생태계가 붕괴 일로를 걷고 있다.

비대면 진료 종료에 ‘해외 진출’ 등 활로 모색
정부·여당은 비대면 진료 종료로 국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일정 범위에서 이를 허용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시범사업은 재진 환자와 의료약자에 한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초진은 대면 진료가 원칙이다.

재진일 경우 급성질환은 30일, 만성질환은 1년 안에 진료를 받은 기록이 확인되면 같은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 섬·벽지 지역에 거주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장애인은 초진이더라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1·2급 감염병 확진자도 마찬가지다.

시범사업도 한계는 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KTIC)는 지난 6월 5일 성명을 내고 “시범사업이 시행된 후 비대면 진료 현장은 대혼란에 빠졌다”며 “환자가 시범사업 대상인지는 진료기록부를 작성·보관하는 의료기관만 확인 가능하고 플랫폼이나 환자 본인은 접근할 수 없어 의료기관은 하루 종일 ‘진료 접수→시범사업 대상 여부 확인-진료 취소’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의료 플랫폼 기업들도 사용자 감소에 대응하고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각자 활로를 찾는 추세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콜’을 운영하는 라이프시맨틱스는 해외 진출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라이프시맨틱스가 노린 곳은 태국이다.

라이프시맨틱스는 지난 8월 30~31일 태국 주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개최된 ‘DHTC 방콕 2023’ 콘퍼런스를 통해 ‘닥터콜 타이’를 시연했다. 닥터콜 타이는 라마9병원과 기술실증(PoC)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닥터콜 타이의 경우 기존 닥터콜 플랫폼에 라마9병원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반영해 현지 의료진과 환자 편의를 고려했다. 태국 모바일 사용자 10명 중 9명이 이용하는 메신저 서비스 ‘라인’과 연동해 별도로 앱을 내려받지 않더라도 바로 사용할 수 있다.

라이프시맨틱스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시 허용되던 비대면 진료가 시범사업으로 전환돼 국내 사업이 불투명해지면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이용한 새로운 활로 모색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이프시맨틱스는 또 해외여행객을 비대면 진료의 새로운 고객층으로 발굴했다.

라이프시맨틱스와 여행사 노랑풍선은 지난 8월 업무협약을 맺고 해외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신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양사는 노랑풍선 해외 패키지 여행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닥터콜을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서비스가 출시되면 해외 여행 도중 현지에서 건강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는 어느 정도 사업성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객층이 확장되고 있어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1~8월 해외 관광객은 1417만8568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8월 해외 관광객의 70.6% 수준이다.

해외 관광객은 엔데믹 전환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1~8월을 기준으로 보면 2020년 397만5579명에서 2021년 69만4194명으로 급감한 뒤 지난해 272만5823명을 기록했다. 올해는 엔데믹 영향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라이프시맨틱스는 해외 여행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와 신규 서비스 출시가 맞물릴 경우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랑풍선이 국내 종합 여행사 순위 3위로 연간 1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점도 라이프시맨틱스 실적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신규 서비스를 접할 수 있는 고객 규모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규제 리스크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라이프시맨틱스는 이미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 서비스에 관한 임시 허가를 받은 상태다. 닥터콜을 이용한 첫 재외국민 진료는 2021년 이뤄졌다. 오진이나 약배송 사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사업 다각화 나선 업계…정부 “법제화 노력”
비대면 진료 업계 1위 플랫폼인 닥터나우는 상담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시범사업 계도기간 종료일인 지난 8월 31일 ▲증상 검색 ▲실시간 의료진 상담 ▲병원찾기·예약 등의 서비스를 선보였다.

의료 플랫폼 굿닥은 병원 예약 서비스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솔닥은 시범사업상 비대면 진료 대상인 의료취약계층을 겨냥해 맞춤형 진료 서비스를 내놨다.

나만의닥터는 서비스 이용건수 2위를 기록했지만 지난 8월 30일을 끝으로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종료했다. 대신 ‘우리 동네 최저가 병원찾기’ 등의 서비스를 내세워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관련 업계는 당분간 규제 리스크를 피하면서도 새로운 서비스를 발판 삼아 수익성을 유지·확대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비대면 진료 법제화에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수익 개선을 모색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모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디지털 헬스를 수단으로 다양한 국내·외 사업을 가시화하고 국민 편익을 전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가 시범사업 시행 이후인 지난 6월 비대면 진료 현황 분석한 결과 환자 14만373명이 총 15만3339건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허용됐던 엔데믹 이전보다 줄었다.

복지부는 국회와 협의해 빠른 시일 안에 비대면 진료가 법제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계획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지난달 시범사업 개선 방향 공청회에서 “시범사업 개선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현장에서 제시되는 개선 요구를 지속적으로 검토해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대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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