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다음 단계" 예고 … 美 2번째 항모 파견 확전 대비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2023. 10. 1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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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대피시간 연장에도
가자지구 이미 인도적 위기
이집트 국경 라파통로도 막혀
탈출 못한 외국인들 발만 동동
美블링컨, 빈살만과 사태 논의
민간인 보호·지역안정 의지확인

◆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

이스라엘의 '최후통첩' 기한이 이미 지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가자지구 내 대규모 전면전이 현실화하는 절차에 접어들었다. 지상전 특성상 민간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어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에 작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지상전이 전개되면 하마스와 연대하고 있는 무장단체를 시작으로 이란 등이 참전할 위험도 있다. 미국은 중국에까지 도움을 요청하며 확전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4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외곽에 위치한 군부대를 방문해 "다음 단계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단계'는 대규모 지상전으로 풀이된다. 이미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소규모 지상 작전을 수행했다. 이스라엘군(IDF)은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테러리스트와 무기를 제거하기 위해 가자지구 안에서 공격을 단행했다"며 "인질을 찾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증거도 수집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군 장교들 말을 인용해 "이번 지상전에 군인 수만 명이 투입된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이날 가자지구 북부 주민에게 14일 오전 8시까지 남부로 대피하라고 통보했으나, 시간이 다 됐을 무렵 대피 기한을 같은 날 오후 4시로 연장했다. 알자지라방송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4일 밤 기자회견에서 아직 북부에 많은 주민이 남아 있다고 언급한 후 "대피 시한을 다시 한번 연장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15일에도 주민 대피를 허용하고 있다.

이미 인도주의 위기가 가자지구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지상전이 발발하면 민간인 피해 규모는 폭발적으로 커진다.

유엔에 따르면 2014년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 가자지구 내 마지막 지상전 당시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2133명이 숨졌는데 그중 1489명이 민간인이었다. 사망자의 70%에 달하는 수준이다. 또 좁은 도시인 가자지구 특성상 시가전이 진행되면 건물이 쉽게 파괴된다. 지상전이 곧바로 전개되지 않고 지금 같은 대기 상태가 계속돼도 민간인은 피해를 본다. 가자지구는 현재 이스라엘에 의해 완전 봉쇄된 상태다. 당장 식수 부족이 문제다. 이스라엘의 전력 차단으로 가자지구 내 담수화 시설 다수가 가동을 멈췄다.

가자지구 밖으로 탈출하는 일이 유일한 살 길이지만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이집트는 문을 오히려 걸어 잠갔다. NYT는 이집트가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등 이중 국적자에 한해 이집트와 가자지구 사이 유일한 국경인 라파 국경을 지날 수 있게 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폐쇄돼 있다고 전했다.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지난 12일 이집트가 가자지구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겠지만 피란민을 받을 수는 없다고 천명했다. 확전 우려는 계속 커지고 있다. 유엔본부 이란 대표부는 이날 X에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와 대량 학살이 즉시 중단되지 않으면 상황이 통제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며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이 유엔의 중동특사 토르 벤네슬란을 만나 "분쟁이 지역 전쟁으로 번지는 일을 원치 않지만 이란에도 '레드라인'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확전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이날 중동에 항공모함 전단을 추가로 보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성명을 통해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항모전단에 동지중해로 이동을 시작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전쟁을 확대하려는 모든 국가와 비(非)국가 세력을 억제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드러낸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8일 제럴드 포드 항모전단을 동지중해로 이동시켰다. 이란, 시리아 등 팔레스타인에 우호적인 국가나 레바논 헤즈볼라 등 무장정파의 전면 참전을 막기 위한 조치다.

중동을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5일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만나 이번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

회담에서 블링컨 장관은 분쟁 확산 차단과 중동 안정의 중요성을, 빈살만 왕세자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해제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성명에서 "양측은 민간인 보호와 중동과 세계 전반의 안정을 증진하는 것에 대한 공통의 헌신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 관계정상화에 대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외교관계 수립 방안을 협상해온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 이후 협상을 보류한 상태다.

이에 앞서 미국은 중국에까지 도움을 요청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14일 전화 통화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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