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美 기준금리에 … ETF, 환헤지 비용 치솟는다
장기로는 환노출 유리할수도
환율 변동 영향을 받지 않아 해외 주식 투자자에게 안정적이라고 여겨지는 환헤지 투자가 올해 들어 오히려 수익률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유럽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가운데 환헤지 비용이 들다보니 지금처럼 원화가 약해지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해외 통화 강세의 이득을 못 보고 비용만 발생하기 때문이다.
환헤지 비용 때문에 원화 가격이 크게 내려가도 환헤지 상품 수익률이나 환노출 상품 수익률에 별 차이가 없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지난 1년간 환율이 달러당 1442원에서 최근 1349원까지 6.5% 내려올 동안 환노출 상품인 타이거 미국S&P500 상장지수펀드(ETF)는 15.3%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똑같은 S&P500에 투자하는 환헤지 ETF는 17.9% 수익률을 거뒀다. 환헤지 상품이 달러화 약세 효과를 차단했지만 환헤지와 환노출 상품 수익률 차이가 환율 하락분보다 작은 것은 기준금리 차이 때문이다. 이경준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략ETF운용본부장은 "달러화 환헤지 상품은 외환선물 만기가 다가오면 롤오버를 하는데 지금처럼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에 비해 2%포인트가량 높은 상황에서는 롤오버할 때마다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흔히 환헤지가 안정적이라고 하지만 글로벌 경제 쇼크로 미국 주식 가격이 떨어지면 달러 가치가 올라 상쇄해주기 때문에 환오픈이 더 안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중앙은행 기준금리 역시 4.5%로 한국보다 높기 때문에 유럽에 투자하며 환헤지를 할 때 환헤지 프리미엄을 받는 것도 옛말이 됐다. 2021년까지만 하더라도 제로금리에 가깝던 유럽 부동산펀드에 투자하며 연 1~2%의 환헤지 프리미엄으로 투자 수익률을 높였는데 이젠 반대인 셈이다. 이 본부장은 "흔히 우리가 특정 국가에 투자하는 것은 그 나라 경제가 좋아질 것을 기대하고 투자하기 때문에 경제 성장에 따라 통화 강세가 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장기적 관점에서는 해외 투자에 환오픈으로 투자하는 것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환헤지 비용이 투자 수익률에 가장 부정적 영향을 끼친 상품은 일본 증시에 환헤지로 상장해 있으면서 미국 주식 및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현재 일본 기준금리는 -0.10%라 미국과 5%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높은 환헤지 비용이 수익률을 크게 깎아먹고 있는 것이다. 특히 100엔이 900원대로 내려오면서 엔화가 지나치게 싸다고 판단한 일학개미는 올 하반기 들어 엔화를 가지고 일본에 상장된 미국 주식 및 채권 ETF에 투자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엔화는 더 떨어지고 환헤지 비용만 많이 드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가령 일본 증시에 상장된 미국 국채 20년물에 투자하는 환헤지 ETF는 최근 한 달간 8.2%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증시에 상장된 아이셰어스 20년 이상 국채 ETF(TLT)는 6.5% 하락했다. 미국에 상장된 ETF를 샀으면 2% 오른 달러화 가치가 손실을 일부 메꿨을 텐데 일학개미는 환헤지 ETF에 투자해 손실을 키운 셈이다.
[김제림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30억 대박’ 로또 1등 9명 당첨자들, 어디서 샀나 봤더니 - 매일경제
- [단독] 질주하는 신세계 강남점, 매출 첫 3조 돌파 유력 - 매일경제
- 수천억 빌딩도 미련없이 판다…‘죽기살기’ 몸집 키우는 증권사들 왜 - 매일경제
- 환자 실은 척 하고 연예인 태워다 준 사설 엠뷸런스…운전자 잡고보니 - 매일경제
- ‘국밥 한그릇 5000원’ 점심 때 직장인 9천명 몰리는 이 곳 - 매일경제
- [단독] 본부 지방 간 문체부 산하기관, 핵심업무 서울서 하며 118억 지출 - 매일경제
- [속보] 이스라엘, 가자에 ‘한국시간 15일 저녁 7시까지 대피령’…17년만에 최대규모 지상군 투
- 이란, 이스라엘에 “당장 안멈추면 통제불능 닥칠 것” 경고 - 매일경제
- “숨만 쉬는데 다 돈이네”…‘미친 밥상물가’ 시대에 살아가는 법 - 매일경제
- 이란에서 여성과 신체 접촉한 호날두, 태형 99대 위기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