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신이 되려는 가짜뉴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됐다. 총성은 중동을 넘어 수십억 명이 사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에서도 울려퍼지고 있다. 인스타그램·틱톡 같은 SNS에선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으로 진영이 나뉘어 자신들에게 유리한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다.
양측의 대립이 격화되며 우호적인 국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가짜뉴스'도 SNS를 타고 범람하고 있다. 최근 틱톡과 엑스(X·옛 트위터)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 어린이를 납치해 닭장 같은 철창에 가두고 조롱하는 영상이 퍼졌지만, 이는 전쟁 이전에 올라온 무관한 영상으로 판명됐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유적지 성 포르피리오스 교회를 폭격하는 영상도 최근 SNS상에서 확산됐지만, 교회 측에서 직접 폭격 영상이 가짜라고 발표하며 거짓인 게 드러났다.
SNS 전쟁은 이미 현대전의 필수 요소가 됐다. 그러나 이스라엘·하마스 간 SNS 전쟁이 과거와 달라진 점은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누구나 쉽게 가짜뉴스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이다.
X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7~8일 이틀간 하마스의 공격에 초점을 맞춘 게시물이 전 세계에서 5000만건 이상 게시됐다. 본인을 BBC 소속 버로나 마크 기자라고 소개한 X 계정에선 '이스라엘·하마스 전시 소식'이라며 출처 불명의 영상을 공유했지만, 그 실체는 파키스탄 크리켓 방송인 로하 나딤의 프로필을 AI로 합성해 만든 가짜였다.
1948년 제1차 중동전쟁 이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신의 이름으로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맹목적 신의 이름으로 양 민족이 피를 흘리는 가운데 '알고리즘 신'이 가세한 게 달라졌다. 신의 뜻 이면에 양극단 정치가 있듯, 가짜뉴스 뒤엔 혐오를 부추겨 광고 수익을 챙겨 가는 SNS 플랫폼이 있다. 리처드 도킨스가 맹목적인 종교 추종을 향해 날린 독설은 가짜뉴스에 대한 경고 같아 신기하다. "그것은 우리에게 마음을 바꾸지 말고, 알아낼 수 있는 것들을 알려고 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지성을 부패시킨다."
[안갑성 글로벌경제부 an.kapsung@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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