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조 썼다면서 저출산 현금지원은 선진국 3분의 1에 불과하다니 [사설]
한국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저출산 극복에 돈을 쓰지 않는 나라다. 2006년 이후 280조원을 썼다는 정부 집계는 허위로 보는 게 옳다. 국회입법조사처가 13일 발간한 '초저출산 장기 지속 시대의 인구 위기 대응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저출산 예산으로 통용되는 가족 지원 예산이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56%에 불과했다. OECD 평균 2.29%에 크게 못 미친다. 특히 현금으로 직접 지원하는 가족 지원 예산은 GDP의 0.32%에 그쳤다. OECD 평균 1.12%의 3분의 1이다.
가족 지원 예산은 육아휴직 급여와 아동·가족 수당처럼 가족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을 직접 지원하는 데 쓰인다. 당연히 출산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높은 프랑스(1.8명), 스웨덴(1.67명), 독일(1.58명)은 가족 지원 예산이 GDP의 3%를 넘는다. 현금 지원만 해도 프랑스는 GDP의 1.34%, 스웨덴은 1.29%, 독일은 1.1%다. 한국이 이들 국가보다 훨씬 적은 돈을 쓰면서 출산율이 높아지기를 기대했으니 욕심이 과했다.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OECD 평균 1.59명에 크게 못 미친 건 투자에 인색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썼다는 280조원을 뜯어보면 별의별 황당한 항목이 들어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대학 학사 구조·교육과정 개편, 인문학 육성 사업이 2018년까지 저출산 예산에 포함됐다. 지난해에도 장교·부사관 인건비 증액, 관광 활성화·창업 지원 사업이 포함됐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한국은 저출산 예산 거품부터 걷어내야 한다.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모두 빼야 한다. 관련된 항목도 실제 혜택만큼만 저출산 예산으로 계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저출산 예산의 46%를 차지한 주거 지원 예산(23조원)은 19조원이 각종 저금리 융자라고 한다. 빚을 낸 청년세대가 갚아야 할 돈이다. 총액이 아니라 저금리 혜택 만큼만 출산 지원에 썼다고 하는 게 맞는다. 한국은 출산율을 높이는 데 큰돈을 썼다는 착시부터 거두고 통 큰 투자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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