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고위 당직자 교체, 쇄신은 계속돼야 한다 [사설]
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에 따른 쇄신책을 논의하기 위해 15일 의원총회를 열고 격론을 벌였다.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선출직 지도부의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서병수 의원은 "지금 절박한 과제는 집권당으로서 리더십을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했다. 전날 사무총장을 비롯한 임명직 당직자 전원 사퇴로는 쇄신책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민심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해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면 국민과 당원이 직접 지도부로 뽑아준 선출직 책임이 훨씬 크다고 할 것이다. 임명직만 바꾸는 '찔끔 쇄신'으로 끝나선 안된다. 김 대표를 비롯한 선출직이 분골쇄신해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자리에서 물러나라.
여당은 그동안 존재감이 너무 없었다. 대통령실의 의중을 이행하는 데 집중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원 111명은 헌법에 따라 각자가 모두 국민의 대표 기관이다. 대통령실과 정부에 잘못이 있으면 쓴소리하는 걸 당연시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갈등이 표출될 수 있으나 더 나은 대안을 찾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대통령실에서 참모들이 여러 이견을 숙의할 수도 있지만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넛지'의 공동저자인 캐스 선스타인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조차 백악관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이견을 말하는 게 어렵다고 했다. 백악관 참모들이 단일대오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데다 대통령 신임을 얻기 위해 듣기 좋아할 말만 골라 하게 된다고 했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조차 대통령실에 쓴소리를 못한다면 국민 눈에는 대통령의 존재감이 너무 커진다. 일방적이란 오해를 주고 대통령에게 책임만 지울 수 있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김 대표는 자신할 수 있는가.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은 김 대표에게 있다. 이날 의총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에 준하는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과감한 혁신을 해보자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이런 쇄신 주장이 말로 그쳐서는 안 된다. 진정성 없는 쇄신은 국민이 꿰뚫어 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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