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위 싸움’ 흔든 ‘수비 천재’ 정수빈의 통한의 ‘포구 실패’···LG는 최종전 승리로 ‘우승 파티’
기록은 안타였다. 그러나 타구를 쫓아간 선수가 두산 중견수 정수빈이었다. 완벽히 야수를 넘어가는 타구는 아니었던 만큼 포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야수가 정수빈이었다는 것을 전제로 익숙했던 장면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정수빈이 산뜻하게 글러브에 넣을 수 있는 타구를 놓친 여파로, 2023시즌 두산-LG의 최종전 희비가 엇갈렸다.
15일 LG와 두산의 시즌 최종전. 두 팀 모두 이겨야 할 이유가 명확했다. 이날 경기 전 SSG, NC와 공동 3위에 올라있던 두산은 잔여 3경기 결과로 3~5위를 오갈 수 있는 절체절명의 대결을 벌여야 했다. LG는 이날 최종전 이후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 전달식에 이어 만원 관중과 ‘뒤풀이’도 함께할 예정이었다. 염경엽 LG 감독은 경기 뒤 행사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승부를 가른 것은 4회말 한 장면이었다. LG가 0-1로 끌려가던 4회 2사 만루. LG의 7번 대타 문성주가 두산 선발 김동주의 4구째 높은 패스트볼을 받아쳤다. 타구는 좌중간 방향으로 높이 떠 날아갔다. 그런데 중견수 정수빈이 그만 타구를 향해 스타트를 하면서 순간 비거리를 잘못 판단했다. 살짝 앞으로 나오듯 출발한 뒤 우회하듯 돌아 좌중간 깊은 곳으로 다시 달려갔다. 낙구 지점에 이르러 비스듬히 글러브를 갖다 댔지만 공을 정확히 담아내지는 못했다.
주목받는 잠실 라이벌전이 열릴 때마다 숱한 호수비로 LG의 발걸음에 제동을 걸었던 정수빈이었다. 이날은 달랐다. 문성주의 타구는 좌중간 3타점 2루타로 처리됐다. 곧바로 3-1로 전세를 뒤집은 LG는 이어진 찬스에서 2점을 더 추가하며 5-1로 앞서갔다. LG는 ‘토종 에이스’로 거듭난 임찬규가 5.2이닝 1실점으로 시즌 14승(3패)째를 거둔 가운데 5-2로 승리했다.
LG는 10년 만에 시즌 관중 120만명도 돌파하는 겹경사도 맛봤다. 72번째 정규시즌 마지막 홈 경기에 2만3750명의 만원 관중이 들어차면서 홈 경기 최종 관중 수는 120만2637명이 됐다. 2013년(128만9297명) 이후 10년 만에 ‘120만 관중 동원’에 성공한 것으로, 이 사이 120만명 이상 관중을 동원한 구단은 없다. LG는 경기 후 만원 홈관중 앞에서 29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세리머니를 펼치며 유쾌하게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두산은 이날 패배로 5위로 내려앉았다. 창원에서 삼성을 5-3으로 꺾은 NC가 단독 3위로 올라선 가운데 이날 경기가 없던 SSG가 4위에 자리했다. 세 팀 사이에는 순위별로 0.5게임차씩 간격이 생겼다. SSG와 두산은 16일부터 이틀간 최후의 2연전을 벌이고, NC는 광주에서 KIA와 2연전을 펼친다.
NC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한 포수 김형준의 한방으로 이날 삼성전 흐름을 잡았다. 김형준은 0-1이던 2회말 삼성 선발 원태인에게 역전 투런홈런을 뽑아내며 이날 경기 ‘일등공신’이 됐다.
잠실 |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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