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규제 유예에···삼성, 中시안 낸드공장 '236단 카드' 꺼냈다
6세대 수요 줄자 8세대로 대전환
올 연말에 차세대장비 속속 입고
"DS부문 상반기 흑자전환" 전망도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에서 200단 낸드 공정 전환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낸드 8세대인 236단 제품의 생산인데 글로벌 낸드 수요 부진으로 인한 실적 하락을 타개하기 위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경영진은 중국 시안 낸드 공정 업그레이드를 위한 의사 결정을 내리고 본격적인 확장 작업에 착수했다. 삼성전자는 공정 전환을 위한 최신 반도체 장비 구매와 주문에 돌입했고 연말께 신규 장비 입고가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시안공장은 회사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반도체 생산 거점이다. 2014년 운영을 시작한 시안공장은 2020년 2공장을 증설한 뒤 현재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20만 장 규모를 갖춘 세계 최대 낸드 생산기지로 거듭났다. 삼성전자 전체 낸드 생산량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내년 236단(8세대) 낸드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들을 시안 공장 내에 설치하고 순차 전환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공장 업그레이드를 단행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낸드 플래시 시황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낸드 1위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 깔렸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정보기술(IT) 시장 둔화와 반도체 시장 약세는 삼성전자 낸드 사업에도 부진을 안겼다. 시장에 출하하지 못한 재고가 쌓이면서 적자 폭이 커졌다. 올 3분기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의 영업손실 규모는 3조 원대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2조 원이 낸드 사업에서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감산 정책을 통해 생산량을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적 개선이 더디자 공정 업그레이드라는 카드를 꺼냈다. 최신 8세대 제품 생산으로 가격 경쟁력과 수요를 확보할 뿐만 아니라 6세대 제품보다 8세대 제품 공정 수가 더 많아 웨이퍼 투입이 기존 대비 30%가량 줄어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연적 감산으로 시장 수요·공급 균형을 맞출 여지도 생길 수 있다.
삼성전자는 실제 4월 공식적으로 감산을 선언하면서 생산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6세대(128단) V낸드 생산의 주축인 시안공장의 가동률 역시 크게 줄었다. 레거시 제품(128단)에 대한 시장 수요가 적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 공장의 전체 가동률을 20%대까지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가동률이 바닥을 찍고 있는 지금이 공정 업그레이드의 적기”라며 “시안에서 236단 낸드 공정이 안정세를 보이면 기존 라인을 점차 줄여나가는 방법을 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삼성·SK하이닉스에 대해 중국 반도체 규제 적용을 유예한 것도 공정 전환의 이유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는 13일(현지 시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이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규제에서 예외가 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지난해 10월 미국 정부는 중국 반도체 산업 견제를 위해 △14㎚(나노미터·10억 분의1m) △18㎚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제조를 위한 미국산 장비를 현지 칩 생산 거점에 판매할 경우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미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다국적 반도체 기업에 1년 간 수출 통제를 ‘한시적’ 유예한다고 발표하자 공장 운영에 제한이 걸린 국내 반도체 업계의 불안과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미국 정부의 예외 규정 발표로 삼성·SK의 현지 장비 반입이 허용되면서 낸드 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는 숨통이 트였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시안공장 증설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당장 설비 유지나 공정 전환을 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공정 전환의 경우 장비 수 증가로 웨이퍼 투입량이나 생산능력은 줄어도 비트(bit) 출하량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DS 부문의 분기 흑자 전환이 내년 상반기에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올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4조 원 중반대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3분기에는 3조 원대의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4분기 1조~2조 원대로 적자 폭을 줄이면서 내년 1분기 반등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감산 확대로 메모리 재고는 확연히 줄고 가격 반등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강해령 기자 hr@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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