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번주 초 지상군 투입"···이란 "가자지구 진입땐 개입" [이-팔 전쟁]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2023. 10. 1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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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전 기로 선 중동
이軍 “15일 오후1시까지 대피하라” 통보
네타냐후 "다음단계 온다" 전의
이란 "안멈추면 통제불능" 경고
레바논 국경 맞댄 북부도 일촉즉발
블링컨, 16일 이스라엘 다시 방문
동지중해에 항모전단 추가 파견도
이스라엘 인근 동지중해에 배치된 세계 최대 규모 제럴드포드 항공모함 전단이 해상 급유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서울경제]

‘하마스 궤멸’을 선언한 이스라엘군(IDF)의 가자지구 지상전이 임박하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이 최고조로 치솟고 있다. IDF가 15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오후 1시(한국 시각 오후 7시)까지 대피하라고 통보한 가운데 지상군 투입 시점은 늦어도 16일 이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이란이 이스라엘에 지상전 감행 시 전쟁에 개입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이번 전쟁의 확전의 기로에 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을 준비 중인 IDF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오후 1시까지 대피하라고 통보했다. IDF는 “해당 시간까지는 대피 경로에서 어떠한 작전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CNN 등에 따르면 요나단 콘리쿠스 IDF 대변인은 전날 민간인들이 가자지구를 떠난 것을 확인하면 ‘중요한 군사작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 탱크와 장갑차가 14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의 거리가 약 13㎞에 불과한 이스라엘 남부 도시 아슈켈론에 집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에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도 “다음 단계가 다가오고 있다”며 전의를 다졌다. 이스라엘은 2006년 레바논 전쟁 이후 최대 규모인 수만 명의 병력을 투입해 가자지구 침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명확한 지상전 시점이 베일에 싸인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당초 이번 주말로 계획됐으나 날씨가 흐린 탓에 지상군이 전투기와 드론 등의 공중 엄호를 받기 어려워 다음 주 초로 지연됐다”고 이스라엘군 장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통신도 미국 전쟁 전문 기자 시모어 허시의 글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15일이나 16일 가자지구에 통합정밀직격탄(JDAM)을 터뜨리는 것을 시작으로 지상 작전에 들어갈 수 있다”고 전했다. 기존에 비해 더 큰 탄두를 장착한 JDAM은 터지기 전 지하 30∼50마일 깊이로 침투해 폭발과 음파로 인근 1.5마일 거리의 모든 것을 살상할 수 있는 수준의 위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로부터 기습 공격을 당한 후 가자지구를 포위하고 대규모 공중 공습과 폭격을 이어가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하마스의 공격을 주도했던 하마스 가자시티 항공 시스템 사령관인 무라드 아부 무라드가 사망했다. 이스라엘 기습 침투를 주도한 하마스 공중 부대 지휘부 수십 명도 제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군이 같은 날 가자지구 가자시티 서쪽에 위치한 알샤티 난민촌을 공습한 후 팔레스타인인들이 폐허가 된 거리에 나와 있다. EPA연합뉴스

레바논과 국경을 맞댄 북부 전선에서도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IDF는 전날 레바논에서 국경을 넘어 침투하려던 하마스 대원 여러 명을 드론으로 사살했다. 그러자 다음 날인 15일 레바논 영토에서 이스라엘 국경 마을로 대전차미사일이 발사돼 이스라엘인이 최소 1명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다. 시리아 북부 알레포주에 있는 알레포국제공항에는 IDF의 미사일 공격이 이어졌다. 이들 지역에는 헤즈볼라를 비롯해 이란의 지원을 받는 다수의 무장 정파가 포진해 있다.

확전의 가장 큰 변수인 이란은 ‘전쟁 개입’ 가능성을 시사해 중동 전역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유엔본부의 이란 대표부는 전날 X 계정을 통해 “전쟁범죄와 대량 학살이 즉시 중단되지 않으면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며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이란 군 조직인 이슬람혁명수비대가 시리아 동부의 병력을 이스라엘 국경과 가까운 다마스쿠스 인근 지역으로 재배치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확전을 막고 민간인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전방위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네타냐후 총리,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과 각각 통화하고 하마스를 강력 규탄하면서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충돌로 인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논의했다. 중동을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통화하고 중국이 확전을 막는 데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12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블링컨 장관은 닷새 만인 16일 이스라엘을 다시 찾아 고위 관리들과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CBS 시사 인터뷰 ‘60분’에서 하마스에 납치된 미국인들이 귀환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서 실종된 미국인 14명의 가족과 전화 통화를 했으며 인질들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ABC방송에 따르면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사망한 미국인은 29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이와 동시에 이스라엘 인근에서 확전을 막는 등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항공모함 전단을 추가로 파견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전날 성명을 통해 “드와이트아이젠하워항모 전단에 동지중해로 이동을 시작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미 공군 중부사령부도 같은 날 F-15E 전투기와 A-10 지상공격기를 중동 지역에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두 개의 항공모함 전단을 전개한 것은 2020년 이라크 내 미군기지 캠프가 공격을 받은 후 처음이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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