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 아니라도 새집처럼" 인테리어에 지갑 여는 2030
소유는 포기 당장의 만족 추구
대형TV·명품가구 큰손으로
서울 서대문구에 홀로 거주하는 직장인 김 모씨(27)는 최근 가구와 TV 등 구입에 500만원 이상을 썼다. 한 달에 약 200만원을 버는 그는 대형 TV에만 250만원을 썼고, 화장대와 와인셀러에 수십만 원을 썼다. 김씨는 "어차피 평생 일해도 집을 못 사니까 인테리어라도 고급스럽게 꾸며놓고 현재를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20·30대로 대표되는 MZ세대 사이에서 '집 꾸미기' 열풍이 불고 있다. 이제 막 사회생활에 뛰어든 이들을 중심으로 어차피 월급으로는 내 집 마련을 못하니 인테리어라도 고급으로 해서 집을 꾸미겠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한때 MZ세대를 중심으로 골프와 위스키 등 고비용 취미 인증이 유행했는데 이제는 인테리어로 관심사가 옮겨 간 모습이다.
국내 인테리어 시장 규모는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5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약 30조원으로 파악됐고, 2025년 37조원에 이어 2030년에는 44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유행이 수시로 바뀜에 따라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의 인테리어 욕구 역시 다양화되는 만큼 앞으로 수요가 점점 더 늘어날 거라는 평가다.
MZ세대 대다수는 자가가 아닌 월세나 전셋집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20~39세 1인 가구 수는 약 238만6572가구로 집계됐다. 자가 보유자(32만9408명)보다 전세 거주자(62만551명)가 2배가량 많았다. 월세 거주자는 127만9563명에 달했다.
집 꾸미기 업체 '오늘의집'은 지난해 누적 앱 다운로드 2500만건을 기록했는데, 가장 많은 이용자 연령대는 25~34세로 추정된다. 대형 가구업체 현대리바트 역시 최근 페이지뷰가 약 25만회 급증했는데, 전체 이용자의 약 40%가 MZ세대인 것으로 보고 있다.
가파르게 치솟는 집값 때문에 아무리 돈을 모아도 내 집을 살 수 없다는 박탈감이 이 같은 인테리어 열풍의 이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집은 못 사도 본인이 쓸 수 있는 한도 내 비용으로 집값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소비에 해당하는 가구를 사들이면서 심리적 만족감을 얻는 현상"이라며 "집 내부라도 가구와 전자제품 등 온전한 내 것으로 꾸며놓고 안정감이나 안락함을 추구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박민기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30억 대박’ 로또 1등 9명 당첨자들, 어디서 샀나 봤더니 - 매일경제
- ‘국밥 한그릇 5000원’ 점심 때 직장인 9천명 몰리는 이 곳 - 매일경제
- 수천억 빌딩도 미련없이 판다…‘죽기살기’ 몸집 키우는 증권사들 왜 - 매일경제
- 환자 실은 척 하고 연예인 태워다 준 사설 엠뷸런스…운전자 잡고보니 - 매일경제
- [단독] 질주하는 신세계 강남점, 매출 첫 3조 돌파 유력 - 매일경제
- “수능에 안 나오는데 수업 왜 들어요”…고교학점제 재검토 여론 확산 - 매일경제
- 이스라엘, 가자에 ‘한국시간 15일 저녁 7시까지 대피령’…17년만에 최대규모 지상군 투입할듯 -
- “숨만 쉬는데 다 돈이네”…‘미친 밥상물가’ 시대에 살아가는 법 - 매일경제
- “13억대 84㎡ 미계약 수두룩”…‘고분양가 논란’ 상도 푸르지오 선착순 ‘줍줍’현장 가보니
- 이란에서 여성과 신체 접촉한 호날두, 태형 99대 위기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