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물가상승률 6년만에 같아져
한국과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같아졌다. 한국의 인플레이션이 미국과 같거나 높아진 것은 6년 1개월 만이다.
15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과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나란히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올랐다. 2017년 8월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 미국이 1.9%를 기록했던 이후 그간 계속 미국 소비자물가가 한국보다 높았다. 작년 3월 미국이 4.4%포인트 높았던 적도 있다.
미국은 코로나 시기 돈풀기로 촉발된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물가가 작년 6월 9.1%까지 치솟자 금리를 확 올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제로금리를 현재 연 5.25~5.5%까지 올렸다. 그사이 소비자물가는 지난 6월 3%까지 상승폭이 둔화됐다. 한국도 미국처럼 금리를 올렸지만,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그 폭은 적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올초 연 3.5%까지 올렸다. 한국 소비자물가는 작년 7월 6.3%로 정점을 찍고, 지난 7월 2.3%까지 낮아졌다.
다만 한미 모두 최근 국제유가 불안 등으로 다시 물가에 자극을 받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는 7월 이후 다시 상승세를 타면서 9월 3.7%를 기록했고, 한국도 3%대 상승률로 올라서 역시 3.7%를 기록한 것이다.
문제는 향후 남아 있는 물가 억제 여력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높은 물가에도 성장세가 계속되고 있어, 내년까지 고금리를 유지해 유동성(돈)을 죌 것이란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경기 우려로 금리 카드를 꺼내기 쉽지 않다. 최근 물가뿐 아니라 가계부채 증가세도 금리 인상 필요성에 힘을 싣고 있지만, 제조업·수출 경기 회복이 충분하지 못한 데다 고금리에 취약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13일 IMF(국제통화기금) 연차 총회가 열린 모로코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제 유가 상승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물가 변수들에 대해 정부도 굉장히 긴장하면서 예의주시하고 있고, 매일 여러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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