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앞세운 알리 등 중국 쇼핑앱···짝퉁, 소비자 불편은 어쩌나

노도현 기자 2023. 10. 1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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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디 메크르디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모델 착장 사진(왼쪽)과 알리익스프레스에 올라온 가품들. 각 홈페이지 캡처

“안녕하세요 친구님, 사정으로 인해 전체 사진을 올릴 수 없지만 퀄리티 높은 의상입니다.”

15일 중국 직구(직접구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에 올라와 있는 맨투맨 티셔츠 상품 판매자는 상품 설명 이미지에 조금 어색한 한국어로 이같이 안내했다. 어깨 한쪽 부분 또는 절반만 보이는 상품 사진을 올려놓고는 ‘마르디 메크르디’라고 써놨다.

그러나 이는 커다란 꽃무늬가 특징인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의 디자인을 도용한 가품이다. 정가 7~12만원대 제품이 이곳에선 2~3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판매자는 “상세한 사진을 원하시면 메시지를 남겨달라”고 써놨다.

초저가를 무기로 중국 직구 플랫폼들이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나이키 같은 글로벌 브랜드 뿐만 아니라 LF의 헤지스 같은 국내 브랜드 상품을 따라 만든 ‘짝퉁’이 버젓이 팔리는가 하면 통관, 반품 등을 둘러싼 소비자 불편도 여전하다.

15일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조사한 결과, 지난 8월 알리익스프레스 앱 사용자 수는 551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277만명)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8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11월 국내 고객센터를 열고 올해 유명 배우 마동석씨까지 모델로 기용하면서 빠르게 한국 사업의 몸집을 불리고 있다.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뒤 지난 7월 한국에 상륙한 중국 이커머스 기업 핀둬둬의 ‘테무(TEMU)’도 알리의 뒤를 잇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테무의 지난달 쇼핑 업종 앱 신규 설치 건이 118만으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 한국 소비자들이 쇼핑앱 등을 통해 중국에서 직접 구매한 금액은 1조4000억원에 이른다. 상반기에만 2022년 한해 중국 직구 금액(1조4858억원)과 맞먹을 만큼 급성장세다.

하지만 중국 직구 플랫폼 성장의 이면에는 가품 유통이 판을 치는 문제가 있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대표는 지난달 가품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짝퉁이 넘쳐난다. 이 문제로 장 대표는 16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대상 국정감사 증인으로도 채택됐다.

알리익스프레스 제공

앞서 장 대표는 “해외 직구를 국내 쇼핑처럼 쉽고 편리하게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갈 길이 멀다. 대표적으로 국내 쇼핑몰들과 달리 배송, 반품 등의 처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문제 해결도 어렵다는 점이 지적된다.

알리익스프레스 이용자 A씨는 최근 주문한 물품의 통관 과정에 문제가 생겨 예정일보다 1개월 넘게 물품을 받을 수 없었다. 알리익스프레스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해외에서 물건을 들여오는 특송업체에 물어보라는 자동응답만 되풀이했다. 특송업체는 업무를 위탁한 관세법인에 연락해보라고 떠넘겼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관세법인은 다시 물건을 판 알리 쪽에 책임이 있다고 해서, 결국 3자간 답 없는 ‘악순환’만 되풀이됐다.

수소문한 끝에 알고 보니 직구 물품을 받는 사람(수하인) A씨의 이름과 개인통관고유부호 발급자 이름이 서로 일치하지 않아서 생긴 사실을 알게 됐다. 관세청은 위험 물품 관리, 도용 방지 등을 위해 수하인과 부호 발급자 이름과 연락처가 같아야 한다는 원칙 하에 통관을 진행한다. 한글 이름으로 부호를 발급받았다면 수하인 이름도 한글로 써야 한다.

A씨는 “처음 알리에 가입할 때 쓴 영문명이 수하인 이름이었는데, 통관 서류상에는 한글로 번역되고 순서도 엉터리로 돼있더라”라며 “세군데 어디서도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없어 답답했다”고 말했다. 예컨대 A씨가 설정한 수하인 이름이 Hong Gil Dong(홍길동)이라면 주문 처리 과정에서 뒤죽박죽 돼 ‘동길홍’으로 표시돼 있어 다른 사람으로 인식된 셈이다.

알리익스프레스 관계자는 “모든 정보는 사용자가 입력하거나 제공한 대로 저장되며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번역하거나 수정하지 않는다”며 “정보의 차이는 일부 사용자가 영어를 사용해 세부정보를 입력하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판매자가 임의로 번역해서 보냈을 가능성 등을 유추해볼 수 있다.

현재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국적 사용자가 새롭게 주소지를 등록할 땐 이름에 한글만 쓸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테무의 경우도 ‘정확한 이름을 한글로 입력하라’고 안내한다.

직구로 주문한 물품의 자세한 통관 상태가 궁금하다면 관세청 홈페이지 ‘해외직구 여기로’에서 ‘해외직구 통관 정보조회’를 통해 특송업체 등 세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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