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방해-주위엔 장벽…가자지구 주민들 필사의 탈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 살고 있는 건축가 카리만 마샤라위 씨(27)는 가족들과 남쪽으로 피란길에 오르며 착잡했던 심경을 13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이 같이 말했다. 피란을 떠난 첫날 밤, 함께 탈출한 마샤라위의 대가족 50여 명은 야외에서 잠을 청했다. 다음날에는 남부 라파 지역 아파트로 피란처를 옮겼으나 이곳에는 한 집에 이미 20, 30명이 거주하고 있어 누워서 잠을 자는 게 어려운 실정이다. 그는 WP에 “스트레스와 피로가 극심해 머릿속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가자지구 주민들 필사의 탈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상대로 지상 전면전을 예고한 가운데 마샤라위 씨와 같은 가자지구 주민 수십만 명이 아비규환 속에 피란길에 올랐다. 전날 이스라엘군(IDF)은 가자지구 전체 주민 230만 명의 절반에 해당하는 가자시티 주민 110만 명에게 24시간 내로 가자시티를 떠나라는 대피령을 내렸다. 이스라엘군은 14일 대피령을 6시간 연장했으며, 도로 2곳을 ‘안전한 피란처’로 지정했다.
이스라엘이 대피 시한으로 제시한 30시간이 경과했지만 상당수 주민들이 아직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지 못한 상황이다. 우선 이스라엘 측이 정한 피란처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도로에는 담요와 매트리스를 가득 실은 차량들이 몰려 극심한 정체를 빚고 있다. 여기에 당나귀가 끄는 수레, 무작정 도보로 이동 중인 사람들도 줄을 잇고 있다.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이 대거 이동하면서 남부지역 중심 도시인 칸유니스도 피란민들로 넘쳐나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인구가 밀집한 전쟁터에서 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물, 음식, 숙박 시설도 없이 이동시키는 것은 극도로 위험하고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국제사회의 우려를 의식한 듯 이스라엘에서도 당초 대피령을 내렸던 시간이 끝난 뒤에도 지상전에 바로 착수하지는 않고 있다. 리처드 헥트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대피) 시한을 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도 대피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필사의 피란 행렬이 이어지고 있지만 가자시티를 떠나지 못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 의료 지원 없이 이동이 어려운 고령 환자, 임신부, 장애인은 여전히 집을 떠나지 못한 채 남아있다. 탈출 과정에서 공격을 받을 것을 우려해 떠나기를 거부하는 이들도 있다. 가자시티에 사는 아흐메드 오칼 씨(43)는 WP에 “남쪽으로 이동하는 민간인이 공습의 표적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며 “두렵지만 남쪽으로 가는 길에 아내와 아이들의 목숨을 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피란 행렬을 공격해 피란민 70여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스라엘군은 해당 지역에 발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 구호물품 막히고 물·전기 부족
포위된 가자지구에서는 물 부족으로 고통이 악화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물, 전기 공급을 차단하면서 가자지구 전역의 수도꼭지가 마르고 있고, 주민들은 깨끗한 수돗물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병원에는 전기가 끊겨 의료 행위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인구기금(UNFPA)은 “가자지구에서 한 달 안에 출산을 앞둔 여성이 5500명에 달한다”면서 “이들이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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