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강남점 年매출 3조 시대 연다
인근 고가 아파트 속속 입주
올 9월까지 매출 5% 늘어나
4분기엔 고가의류 판매 증가
단일 점포 신기록 매년 경신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매출이 5% 이상 성장하면서 국내 백화점 단일 점포 가운데 처음으로 연매출 3조원 돌파가 유력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 둔화와 가처분소득 감소 상황에서도 부유층이 많은 서울 강남권 소비자들 지갑을 여는 데 성공한 것이 비결로 꼽힌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강남점은 연초 이후 9월 말 기준 누적 매출액이 2조2000억원에 육박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 이상 성장한 것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 누적 매출 3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AK 등 국내 5대 주요 백화점 70개 점포 가운데 아직까지 매출 3조원을 넘긴 곳은 없었다.
연말엔 크리스마스 등 선물 수요가 많고, 추운 날씨 탓에 거위털 점퍼 등 고가 의류 판매가 많기 때문에 백화점은 통상 4분기 매출이 연중 가장 높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매출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게 의류인데, 여름엔 반팔 티셔츠가 팔리지만 겨울엔 고가 패딩이 팔리니 계절에 따라 매출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내 대표 기업 삼성전자 실적이 3분기에 턴어라운드하는 등 최근 실물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는 것도 호재다. 실제 10월 첫 일주일간 신세계백화점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 강남점은 하루 유동인구가 약 120만명에 육박하고 강남대로까지 연결되는 강남 대표 상권에 위치해 있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래미안원베일리를 비롯해 부촌으로 꼽히는 강남권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인접해 VIP 고객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연간 백화점에서 수백만 원을 구매하는 VIP 고객 매출 비중이 신세계 강남점은 49.6%로, 신세계 다른 점포 평균 36.3%에 비해 13%포인트 이상 높다. 지난해 연간 1억원 이상 구매한 VVIP 고객도 2000명 이상으로 가장 많다.
이 때문에 VIP 고객 유지·관리에도 공을 많이 들인다. 신세계 VIP 등급은 트리니티, 다이아몬드, 플래티넘, 골드, 블랙, 레드 총 6가지로 나뉜다. 강남점은 이를 더욱 세분화해 8개 등급으로 나누고 등급별로 별도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작년 8월 신세계 강남점 10층에 신설된 퍼스트 라운지는 430㎡(약 130평) 규모에 좌석 60여 개를 마련하고 라운지 내 창문을 통해 자연 채광을 느낄 수 있도록 해 호평을 받았다.
다른 어느 백화점보다 많은 명품 매장도 신세계 강남점의 강점으로 꼽힌다. 흔히 '에·루·샤'로 불리는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글로벌 최고 명품 브랜드들이 패션, 잡화, 화장품, 주얼리 등 장르별로 여러 개 매장을 신세계 강남점에서 운영하고 있다. 강남점 1층에 위치한 '더 스테이지(The Stage)'에선 유명 브랜드들이 이색 콘셉트와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는 팝업 스토어가 열려 고객 눈길을 사로잡는다. 신세계 강남점은 식품관을 현재 7200㎡(약 2200평) 규모에서 3배 수준으로 확장하는 대대적인 리뉴얼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개편 작업이 마무리되면 신세계 강남점 식품관은 영업면적 2만㎡(약 6000평)의 국내 최대 규모 식품관으로 재탄생한다.
현재 식품관이 넓기로 유명한 더현대서울이 1만4500㎡(약 4400평),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1만3200㎡(약 4000평) 규모다. 신세계 관계자는 "백화점을 찾는 고객 가운데 상당수가 식사·디저트를 먹기 위한 것이고, 이후 자연스럽게 쇼핑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식품관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신세계 강남점 매출액은 2조8398억원으로 70개 주요 백화점 매장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2000년에 개점한 신세계 강남점은 10년 만인 2010년 처음 매출 1조원을 넘었다. 2017년 롯데백화점 명동본점을 제치고 처음으로 매출 1위를 차지한 이래 7년째 정상을 지키고 있다.
신세계 강남점에 이어 롯데백화점 잠실점이 지난해 매출 2조5982억원으로 2위를 기록했다. 롯데 잠실점이 매출 3조원을 돌파하려면 작년 대비 15% 이상 성장해야 하는데, 성장률이 소폭 증가에 그쳐 올해 3조원 돌파는 어려울 것으로 파악된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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