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이정미 체제 유지 가닥···“11월 재창당 소임 완수하기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득표율 1.83%를 기록하며 존립 위기에 빠진 정의당이 이정미 지도부 체제를 오는 11월19일 재창당 작업을 마무리하는 당대회까지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15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정의당은 지난 13일 의원단 회의, 시·도당 위원장 연석회의 등을 거친 뒤 11월19일 당대회까지 이 대표 체제를 유지한 채 재창당 작업을 완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회의에서 당이 위기이고 이대로 총선까지 갈 수 없다는 데 큰 이견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당장 지도부가 물러나면 더 큰 혼란이 올 것이라는 우려가 많이 나왔다고 한다.
정의당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의원단 다수가 ‘지금 상황에서 사퇴하는 것은 도리어 무책임한 것으로 비춰진다’고 했고 시·도당 위원장들도 ‘내년 4월 총선인데 집행부가 물러나는 것은 더 큰 혼란을 초래한다’는 의견을 냈다”며 “11월 재창당 당대회까지 소임을 끝까지 책임지라는 의견들이 다수여서 그 소임을 완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기후·녹색과 노동을 주요 기조로 하는 신당 창당 방침을 그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당내 다수가 이 방침을 지지한다는 이유이다. 당내 신당 창당 추진 사업단은 녹색당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며 총선에서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현 지도부와 기존 신당 창당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내부 갈등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당장 비주류 정파에선 보궐선거 참패로 지도부 추진안이 유권자들을 설득하지 못했음이 드러났다며 녹색·노동 강화 노선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대표가 의원단, 시·도당 연석회의 등을 소집했지만 인천연합, 전환 등 주류 정파가 차지한 상황에서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불만도 나왔다. ‘대안신당 모임’, ‘세번째 권력’ 등에서 조만간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 당대회까지 노선 투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법도 제각각이다. 재창당 방식을 두고도 현 지도부의 녹색·노동 강화 외에도 제3지대와의 연대, 진보세력 통합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대표 체제에서 추진하는 재창당안이 가장 작은 변화를 추구하는 안으로 볼 수 있다.
한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혁신 재창당을 한다면 보폭이 넓어야 하는데 민주노총, 녹색당 등 당의 보폭이 늘 익숙한 바운더리(경계)에 있지 않나”라며 “제3지대의 확장성을 가지고 당을 크게 열 수 있는 비상 지도부가 들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순히 비례 1번, 2번이 목표가 아니라 양대 정당의 캐스팅보트 정도의 원내 의석을 얻을 만큼 판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반면 전직 지도부 인사는 “진보 연대에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의당이 전체 진보 진영 안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구상을 해야 한다”며 여러 진보 정당들과 민주노총, 사회운동 단체들이 공동 싱크탱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 인사는 “진보 세력이 위축된 상황에서 진보라는 이념적 기반의 경계를 넘어버리면 아예 진보가 형해화될 수 있다”며 무분별한 제3지대로의 확장은 경계했다.
당대회 이후 정의당 지도 체제는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한 가지는 총선 체제로 조기에 전환해 총선 지도부를 꾸리고 공천 등 전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 경우 전례가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6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해 전권을 부여한 바 있다. 다른 한 가지는 재창당 후 제3지대나 다른 정치세력과 연합해 새로운 지도부를 꾸리는 것이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