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제주, 이제는 인구 유출 걱정
'제주살이' 열풍 뚝 꺾이면서
14년만에 유입보다 유출 늘어
저임금에 높은 생활비 부담돼
40대 이하 인구 이탈 두드러져
道 2075억 들여 인구잡기 총력
이주 열풍으로 한때 연간 1만명 이상 인구가 늘어났던 제주도가 14년 만에 인구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특히 청년층 이탈이 두드러진 가운데 제주도는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15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들어오는 인구(전입)보다 나가는 인구(전출)가 많아진 제주는 9월까지 총 1026명의 순유출을 보이고 있다. 주민등록인구도 올해 9월 기준 67만6317명으로 지난해 말(67만8159명)과 비교해 1842명 줄었다.
제주에서 인구 순유출이 발생한 것은 1015명이 빠져나갔던 2009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2014년에는 순유입 인구가 처음으로 1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2016년에는 역대 최다인 1만4632명을 기록했다. 전국적으로 제주살이 열풍이 유행처럼 불던 때였다.
그러나 2017년을 기점으로 상승 곡선이 꺾여 순유입 규모가 점차 감소 추세를 보였고, 결국 올해 들어 연초부터 순유출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연령별로 보면 청년층 이탈이 눈에 띈다. 올해 5월 기준 50대 이상 연령층은 늘어난 반면 40대 이하 연령층은 모두 줄었다. 9세 이하 1457명, 10대 422명, 20대 1723명, 30대 757명, 40대 686명 등 40대 이하 5045명이 제주를 떠났지만 50대 595명, 60대 2378명, 70대 370명, 80대 290명, 90대 이상 310명 등 50대 이상 3943명은 제주로 유입됐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은 지난 6월 발표한 '제주지역 청년인구 순유출 분석 자료'에서 "(청년층 유출이 많아진 것은) 저임금 등 열악한 근로 환경과 높은 생활물가, 주거비용 부담, 자영업 불황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2018년 제주에 이주했다가 지난해 고향 인천으로 돌아간 이 모씨(33·여)는 "구직 중 제주의 한 축산물 업체에 합격했다. 당시 제주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었던 터라 제주행을 결심했었다"며 "하지만 막상 제주살이를 하다 보니 높은 집세와 물가 등 200만원대 월급으로는 생활하기가 힘든 데다 교류하는 지인들 범위도 협소해지면서 고립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항공사에 일자리를 얻어 올해 고향 제주를 떠나 충북 청주에 정착한 정 모씨(33)는 "고향을 떠나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많았지만 제주에서는 이 정도 임금을 받는 일자리가 없을 거라고 판단하고 결국 네 식구가 청주행 비행기에 오르게 됐다"고 말했다.
위기감을 느낀 제주도는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인구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5월 '인구정책 시행계획'을 발표하고 총 2075억원을 투입해 △저출산 대응 △경제활동인구 확충 △고령사회 대비 △지역공동체 조성을 핵심으로 하는 4대 전략·66개 세부 과제를 시행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 밖에도 민선8기 제주도정이 중점 추진하는 그린수소와 우주, 바이오, 도심항공교통(UAM) 등 새로운 산업 육성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책도 잇달아 발표했다.
[제주 송은범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30억 대박’ 로또 1등 9명 당첨자들, 어디서 샀나 봤더니 - 매일경제
- [단독] 질주하는 신세계 강남점, 매출 첫 3조 돌파 유력 - 매일경제
- 수천억 빌딩도 미련없이 판다…‘죽기살기’ 몸집 키우는 증권사들 왜 - 매일경제
- 환자 실은 척 하고 연예인 태워다 준 사설 엠뷸런스…운전자 잡고보니 - 매일경제
- [단독] 본부 지방 간 문체부 산하기관, 핵심업무 서울서 하며 118억 지출 - 매일경제
- 일본 정부, 한국에 “고맙습니다…우리 국민 구출해줘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 매일경제
- ‘국밥 한그릇 5000원’ 점심 때 직장인 9천명 몰리는 이 곳 - 매일경제
- “숨만 쉬는데 다 돈이네”…‘미친 밥상물가’ 시대에 살아가는 법 - 매일경제
- [속보] 이스라엘, 가자에 ‘한국시간 15일 저녁 7시까지 대피령’…17년만에 최대규모 지상군 투
- 이란에서 여성과 신체 접촉한 호날두, 태형 99대 위기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