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지속 가능한 관광] 근대 방직공장 마을이 MZ세대가 좋아하는 명소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라면 나의 일상과 다른 특별함을 기대하게 마련이다. 주로 여행지의 역사와 문화에서 실감하기 쉽다. 흔히 왕궁이나 사찰·성당을 떠올리지만 예전에 방직공장이 성업했다거나(①구라시키), 항구의 창고였다거나(②오노미치) 하는 곳 역시 소박하지만 저마다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자신만의 과거를 품고 지속 가능한 관광(sustainable tourism)으로써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가는 일본 지방 소도시를 다녀왔다. <편집자주>
[일본 구라시키·마이데일리 = 이지혜 기자] 오카야마현 구라시키는 일본에서도 손꼽는 여행지다. 또한 아름다운 정경 덕분에 ‘미관지구’라고 불리는 그곳에는 목조 유람선을 탈 수 있을 정도의 시내가 흐르고, 그 양옆으로 버드나무가 늘어져 있다. 다시 양쪽 길을 따라 에도시대 전통가옥이 옛 모습 그대로 줄지어 남아 있어 그 자체로 고즈넉하기 이를 데 없다.
이곳이 지금과 같은 모습일 수 있었던 것은 그 옛날 방직업이 성업했기 때문이다. 부유한 마을이었기에 오늘날 고급료칸으로 운영하기 좋은 멋스러운 저택이 있었고, 그 한편에는 서양식 석조건물인 오하라미술관도 자리한다.
2003년, 그러니까 꼭 20년 전에 이곳을 처음 방문했는데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연결하는 배를 타고 떠난 여행이었다. 그때도 지금도 구라시키는 수학여행지로 유명하지만 당시만 해도 위에 언급한 콘텐츠 정도가 거의 전부이다시피 했다.
지금은 데님스트리트 등을 비롯해 상점가가 더욱 다양해졌고, 아기자기한 공예품 가게, 체험 공방, 옛 가옥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 등 즐길거리가 한층 풍성해져 거리에 활기가 넘쳐났다. 예전과 지금을 비교하고 싶어진 이유는 어떤 관광지가 한때 유행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발전하고 좋아질 수 있음이 반가워서다. 마치 오래된 수학여행지 경주가 지금은 다시 찾아도 좋은, 가족·커플여행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고 할까.
사실 일본 다른 온천 마을에 가도 시내가 흐르고 버드나무가 늘어진 곳이 있다. 친숙해서 편안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새로움을 기대하는 이들에겐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구라시키는 방직공장이란 이 지역의 옛 산업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특별함을 찾아냈다.
구라시키 지도를 펴보면 ‘아이비 스퀘어’란 장소가 한쪽에 보인다. 서양식 호텔과 전시장, 식당가가 운영되는 복합 문화공간인데, 이곳이 바로 1889년에 지어진 일본 첫 방직공장터다. 빨간 벽돌록 된 창고건물에 담쟁이넝쿨이 어우러진 모습이 멋스럽다.
아울러 구라시키에는 ‘데님 스트리트’라고 불리는 골목도 있다. 우리에겐 진(jean)으로 더 친숙한 데님은 염색한 실로 짠 질긴 면직물을 일컫는다. 데님으로 만든 옷과 가방은 물론 다양한 디자인 소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러한 전문점은 데님 소재 노렌을 문 앞에 걸어놓은 것이 특징이다. 다른 일본 가게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이기에 저절로 여행사진을 찍고 싶게 만든다.
패션에 관심이 높은 사람이라면 아이비 스퀘어 바로 앞에 위치한 ‘데님 연구소’도 놓치지 말자. ‘모모타로 진’, ‘재팬 블루 진’ 등 데님 애호가에게 익히 알려진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 수작업으로 예쁘게 염색된 데님 바지나 디자인이 귀여운 면 티셔츠 등을 사들면 ‘득템했다’는 뿌듯함을 안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런가하면 방직뿐 아니라 또 하나 새롭게 재발견되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제지 회사 ‘카모이’다. 디지털화 시대에 종이를 찾는 수요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 제지산업은 자연히 전 세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100주년을 카모이는 최근 다이어리 꾸미기, 인테리어 등에 사용하는 마스킹 테이프(MT)를 새로운 영역으로 적극 상품화했다. 각양각색의 색깔과 문양을 가진 마스킹 테이프를 이곳 구라시키에서 만날 수 있다. 아이비 스퀘어 전시장 별관에서 100주년 기념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으며, 구라시키의 여러 가게 앞에 ‘mt 100주년’이 표시된 깃발을 걸어뒀다. 이런 가게는 저마다 특별한 마스킹 테이프를 판매하고 있으니 내 마음을 사로잡을 제품을 만나기 위해 탐방해봐도 좋겠다.
마지막으로 구라시키를 찾았다면 필견 방문지가 오하라미술관이다. 방직공장을 운영해 부유해진 오하라 가문에서 1930년에 설립한 사립 미술관이다. 미관지구의 목조 전통가옥 사이에 홀로 서양식 석조건물이 서 있어 금세 눈에 띈다.
오하라 마고사부로가 후원한 화가 고지마 토라지로는 1900년 전후 유럽으로 유학을 떠나 당시 주류였던 인상파, 야수파 등 작품을 직접 수집해왔다. 고갱, 모네, 마네, 르누아르, 피카소, 마티스 등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서양관을 들어서마자 처음 만나는 고지마의 ‘기모노를 입은 벨기에 여인’이 인상적이며, 전시작 가운데는 엘 그레코의 ‘수태고지’ 등이 유명하다. 소장 작품수는 3500여점에 이른다.
[취재협조=일본정부관광국(J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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