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청소부서 금융인으로 … 아메리칸 드림 원천은 '중꺾마'

우수민 기자(rsvp@mk.co.kr) 2023. 10. 1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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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한상들의 조언
고석화 뱅크오브호프 명예회장
美 100대은행 키우기까지
한인은행 발전에 열정 쏟아
문대동 삼문그룹 회장
호텔은 첫째도 둘째도 입지
은행과 신용 유지에 힘써야
박종범 영산그룹 회장
대기업 간판 떼고 밑바닥 누벼
직원들과 시너지 가장 중요

"무식하니까 용감했죠. 주머니에 돈 한 푼 없는 상태에서 5층짜리 건물 청소부터 했습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1차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리딩CEO포럼에서 '선배 한상'들이 지금의 화려한 성공이 있기까지 흘린 무수한 눈물과 땀을 이야기했다. 고석화 뱅크오브호프 명예회장은 미주 한인 금융의 산증인으로 꼽힌다. 1986년 미국 최초 한인 은행인 윌셔뱅크 이사로 취임한 뒤 또 다른 한인 은행 BBCN과 합병을 거쳐 현재 자산 203억달러 규모 뱅크오브호프를 일궈냈다. 미국 내 5500개 은행 가운데 100대 은행에 든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호기롭게 미국에 첫발을 디딘 고 명예회장의 시작은 야간 청소부였다. 식구들을 보살피려 낮에는 경영학 공부를, 밤에는 로스앤젤레스 인근 엔시노에서 청소를 했다. 이후 청소일을 그만두고 철강무역회사 퍼시픽스틸을 세웠다. 1970년대 건설 붐이 일면서 회사는 번창했다. 고 명예회장은 고객과의 신용을 강조했다. 당시 그는 주문이 취소돼 대량으로 물량이 남게 되자 선계약한 고객에게 과감하게 가격을 깎아줬다. 이들 고객과는 50년이 지난 지금도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고 명예회장은 "미국 사회가 얼마나 정직함을 중시하는지 배웠고, 이는 은행 사업에도 도움이 많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철강무역을 미국 은행을 통해 하다보니 우리 교포에게 한국계 은행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다"며 "우리 민족경제의 젖줄이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문대동 삼문그룹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침체에도 댈러스 시내 5성급 JW메리어트를 비롯한 호텔 5곳과 무역회사 7곳을 지켜냈다. 그는 은행과의 신용을 언급했다. 문 회장은 "시 정부의 호텔 설립 보조금과 자기자본을 제외하고 은행의 자금이 필요하다"며 "은행과 관계를 잘 맺어 좋은 이자율을 받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사업이 호텔"이라고 설명했다.

문 회장은 호텔 사업에서 중요하게 고려할 점으로 입지를 꼽았다. 그는 "처음 호텔을 지어 1년에 100만달러를 벌더라도 5년 뒤엔 90만달러, 그 이후엔 더 내려간다"며 "가격이 하락하기 전 시장에 잘 파는 것이 중요한 만큼 다운타운에 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큰 사업을 하려면 배짱이 중요하다면서도 탄탄한 곳간을 강조했다. 문 회장은 "리먼 사태, 코로나19 등 경기는 10년 주기로 순환한다"며 "지난 2~3년간 현금이 모자라 문을 닫는 회사가 너무 많았다"고 지적했다.

박종범 영산그룹 회장은 대기업을 관두고 유럽의 심장부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했다. 기아상사 법인장을 지낼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회사가 어려워져 다른 회사에 인수·합병됐지만 홀로 동유럽에 그대로 남았다. 오스트리아 빈을 중심으로 자동차 부품과 타이어 수입·판매를 비롯한 다양한 사업을 벌여 현재 연 매출 6000억원 규모 글로벌 기업을 키워냈다. 박 회장은 "당시 '가장 밑으로 내려가자'는 단순한 각오로 임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조직원에 대한 신용을 당부했다. 박 회장은 "현장을 자주 가는 편"이라며 "직원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실질적으로 할당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들에게 믿음을 줘서 일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애너하임 특별취재팀=황인혁 산업부장(부국장) / 정승환 기자 / 이덕주 기자 / 문지웅 기자 / 김명환 기자 / 우수민 기자 / 김희수 기자 / 사진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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