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 타고 공포의 피난길…이스라엘은 총공세 준비, 이란도 개입?

정혜인 기자 2023. 10. 1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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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전쟁]
촉박한 대피령 비판에도 이스라엘 공격 임박 신호,
이란은 지상전 시 맞대응 시사해 확전 가능성도…
양측 사망자 3600명 넘어, 팔레스타인 증가 추세
[가자지구=AP/뉴시스] 13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북부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남쪽으로 대피하고 있다. 이스라엘 측이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북부 가자지구 주민을 상대로 24시간 내 남쪽으로 대피하라는 최후통첩을 냈음에도 피난길에 나선 주민은 수만 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10.14.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지난 7일(현지시간) 기습공격으로 촉발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리며 육·해·공군을 동원한 대규모 지상 작전이 곧 이뤄질 것이라는 신호를 계속 내고 있다. 이란은 지상공격 시작 시 전쟁 개입을 시사해 이번 전쟁이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로 확산할 우려를 키웠다. 이미 민간인 피해는 계속 커지는 상황에서 가자의 수십만 주민이 피난을 떠난 것으로 전해진다.

14일(현지시간) CNN·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해 보면 이스라엘방위군(IDF)은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며 대규모 지상 작전 개시가 임박했음을 알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IDF는 각각 연설과 성명을 통해 "전쟁의 다음 단계가 다가오고 있다"며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 공격이 조만간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총리실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가자지구 외곽에 있는 군인들을 찾아 "다음 단계를 위한 준비가 돼 있느냐"고 물은 뒤 "다음 단계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IDF도 성명에서 중요한 지상 작전에 중점을 둔 육·해·공 합동 공격을 계획했다며 전쟁의 다음 단계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전날 가자지구 중심도시 가자시티에서 며칠 내에 대규모 작전을 펼칠 것이라며 110만명에 달하는 주민 전원에게 대피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국제사회는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이 24시간 이내에 남쪽으로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자지구 북부에 있는 병자와 부상자에 대한 사형선고"라고 했고, 민간인 일부는 "남쪽으로 이동해도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는 건 마찬가지"라며 대피령을 거부하거나 가자지구의 남쪽이 아닌 동쪽 또는 서쪽으로의 이동을 선택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이를 의식한 듯 이스라엘 당국은 대피 시간을 현지시간으로 14일 오후 4시(한국시간 오후 10시)로 연장했고, 15일에도 민간인들의 대피를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

열악한 인프라 상황에서 가자지구 민간인들은 당나귀를 타고 이동하기도 하고, 걷기도 한다. 어디를 가도 안전하지 않다며 포기한 사람들도 있고, 병원에서는 환자를 이동시킬 수단이 없어 대피를 포기하기도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수십만명이 피난길에 올랐다고 전했다.

14일 (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아 지상전이 임박한 가운데 가자 국경 인근의 비에리 키부츠에 이스라엘 군 탱크가 집결해 있다. /AFPBBNews=뉴스1

NYT는 이스라엘 군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지도부 제거를 목표로 이번 가자지구 지상 작전에 병력 수만 명을 투입할 계획"이라며 이는 2006년 레바논 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침공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레바논 전쟁은 이스라엘군이 자국 군인을 납치한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대한 보복에 나서면서 발생했다. 34일간 벌어진 레바논 전쟁에선 레바논인 1000여 명, 이스라엘인 15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은 현재 지상전을 위해 가자지구 인근에 예비군 36만명을 집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지상 작전을 재차 강조하면서도 작전 개시 시점에 대해선 명확히 언급하지 않고 있다. NYT는 이스라엘의 지상 공격 계획이 현지의 기상 조건에 영향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군 당국자에 따르면 IDF는 당초 가자지구 지상 공격을 이번 주말로 계획했었으나, 기상 악화에 따른 전투기와 무인기(드론) 조종사들 지원 차질로 며칠 미뤄졌다. 이스라엘 지상군은 육·해·공 합동 공격 작전에 따라 전투기, 공격용 헬기, 무인기, 포병 등의 엄호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측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 공격 임박 소식에 전쟁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며 공격을 멈출 것을 촉구했다. 이란 유엔(국제연합) 대표부는 14일 "이스라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의 전쟁범죄와 대량 학살이 즉시 중단되지 않으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상황은 통제 불능 상태가 되고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같은 날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토르 벤네슬란드 유엔 중동특사와 만난 자리에서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격은 헤즈볼라 등 다른 무장단체의 분쟁 참여를 부추길 수 있다며 '레드라인'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이란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진=엑스(X, 옛 트위터)

이란이 시리아에 무기를 배치해 새로운 전선을 열려고 시도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조슈야 자르카 이스라엘 외무부 전략실장은 15일 조엘 레이번 미국 레반트 연구소(ACLS) 소장의 엑스 게시물에 답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레이번 소장은 엑스에 "다마스쿠스와 알레포 공항 무력화를 노린 거듭된 이스라엘의 공습은 ①이란 정권이 북부 전선을 열고자 시리아로 또는 시리아를 통해 전략 무기를 옮기고 있거나 ②이스라엘이 이에 선제 대응하려 한다는 강력한 징후"라고 적었다. 이에 자르카 실장은 "①그들(이란)은 그러고 있다. ②우리는 그러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최소 3600명으로 늘었다. 특히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는 가자지구의 희생자 수가 계속 늘고 있다. 지난 8일 이스라엘 공격 이후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는 2309명, 부상자는 9042명으로 집계됐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15일 오전 기준 24시간 동안 가자지구에서 약 300명이 사망하고, 800명이 다쳤다며 피해자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였다고 지적했다. 하마스의 대규모 로켓 및 육·해·공 침투 공격 이후 이스라엘의 사망자는 1300명이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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