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 2곳, 국내 주식시장서 560억 불법 공매도 적발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 예상

글로벌 투자은행(IB) 2곳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장기간 560억 원대 불법 공매도를 했다가 적발됐다.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2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불법 공매도 조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은 글로벌 IB 2개 사가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채 공매도하고 사후 차입하는 방식의 불법 행위를 지속해온 사실을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기존 불법 공매도는 대부분 헤지펀드의 주문 실수 또는 착오에 의한 것이었다. 따라서 PBS(Prime Brokerage Service) 업무를 하는 글로벌 IB의 불법 공매도 적발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홍콩 A 사는 2021년 9월~지난해 5월 카카오 등 101개 종목에 대해 400억 원 상당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IB는 해외 기관투자자와 매도 스왑거래(서로 다른 금리·통화로 표시된 부채를 상호 교환하는 거래)를 체결하면 헤지(위험 회피)를 위해 시장에 공매도 주문을 낸다. A 사는 이 과정에서 부서 간 소유 주식을 중복으로 계산했다.

예를 들어 A 사 B 부서가 주식 100주를 갖고 있고 C 부서에 50주를 대여해줬다면, B 부서는 이 내역을 입력하지 않고 100주를 잔고로 인식한다. 동시에 C 부서도 빌린 주식 50주를 잔고로 계산해 A 사 전체로는 실제보다 50주 더 많은 150주를 가지는 식이다.

A 사 계열사인 국내 수탁증권사도 잔고 부족 현상이 계속 발생하는데도 원인 파악이나 예방 조처 없이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계속 위탁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홍콩 D 사 역시 2021년 8~12월 호텔신라 등 9개 종목에 대해 160억 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했다. D 사는 해외 기관투자자의 매도 스왑 주문을 받고, 사전에 차입이 확정된 주식이 아니라 향후 가능한 수량을 기준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금감원은 과징금제도 도입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한다. 직전 최대 과징금은 올해 3월 외국계 금융투자회사를 대상으로 한 38억7000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