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직의는 퇴직금 받을 수 있을까?

박창범 2023. 10. 1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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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범의 닥터To닥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에 전문의과정을 거치고 전문의가 된 사람들이 개업을 하기 보다는 병의원에서 월급을 받는 봉직의로 근무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많이 개선이 되기는 하였지만 아직도 일부 병의원에서는 봉직의가 퇴직할 때 퇴직금을 지급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모든 근로자는 퇴직할 때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병원에서 근로하는 봉직의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가? 이에 대한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에 소재한 한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은 의료기관을 운영하면서 의사를 고용하였다. 하지만 의료생협은 퇴직금 의무를 회피하기 위하여 노무사의 도움을 받아 의사와 근로계약이 아닌 위탁진료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계약서에 따르면 해당의사는 진료업무를 하는 대가로 매월 일정액의 금액을 고정적으로 지급받고, 근무시간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고, 근무장소도 진료실로 특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해당의사는 근로자가 아니므로 노동관계법과 관련한 부당한 청구를 하지 않는다'고 기재되었다. 해당 의료생협에는 의사에 대한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고, 의료생협대표로부터 진료에 대한 어떠한 지시나 감독도 받지 않았다.

1심에서는 해당의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며 의료생협은 퇴직금을 줄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2심은 해당의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퇴직금을 줄 의무가 없다고 판결하였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비추어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하면서 1) 계약형식이 위탁진료계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생협은 매월 고정적인 대가를 지급하였는데 이와 같은 대가는 근로에 대한 임금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2) 해당의사는 진료업무 수행과정에서 사업자로부터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지휘와 감독을 받지는 않았지만 이는 의사의 진료업무 특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해당의사는 주중은 물론 토요일 대부분을 의료생협에서 근무하면서 진료업무를 하였고, 매월 진료업무 수행현황이나 실적을 사업자에게 보고해야 했는데 이와 같은 행위는 사업자가 해당의사의 근무시간 및 근무장소를 관리하고 업무에 대하여 상당한 지휘나 감독을 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면서 해당의사는 근로자에 해당하며 해당 의료생협은 퇴직금을 줄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2023.9.21. 선고. 2021도11675판결)

동시에 일부 병의원의 경우 근로계약서에 '퇴직금을 매월 나눠서 월급에 포함되어 지급한다'는 퇴직금 분할약정이 있고 이에 대하여 동의한다고 서명하거나 혹은 구두로 동의하였다고 하면서 퇴직할 때 퇴직금을 안주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퇴직금은 퇴직할 때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퇴직금을 분할해 월급과 지급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무효이다. 참고로 퇴직금을 퇴직하기 전에 앞당겨 받는 것을 중간정산이라고 하는데 이와 같은 중간정산은 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에서 정한 바와 같이 무주택자인 근로자가 주택을 구입 혹은 전세금 보증금을 마련하거나, 질병에 의한 의료비를 마련하거나, 파산선고, 개인회생절차 등 제한적인 경우에만 합법적으로 허용되며 중간정산은 고용주 마음대로 정산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의 요청을 통해 고용주의 승인을 통해 퇴직금 중간정산을 해야 한다.

정리하면 봉직의는 비록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지만 해당 병의원에서 근로에 관한 지휘나 감독을 받으면서 고정된 월급을 받고 있다면 근로자로 인정받아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만약 봉직의로 근무하였던 병의원에서 1년이상 근무하였지만 사용자가 계약서에 기술이 되어 있거나 구두로 동의하였다는 이유로 퇴직금을 주지 않을 경우 퇴직한지 3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해당 봉직의는 해당지역 노동청에 신고하거나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퇴직금 소송에서 진 의료기관은 변호사 비용과 함께 연체된 날짜만큼 지연이자(소가 제기된 순간부터가 아니라 원래 주어야 하는 시간에서부터 계산된 총액의 연 20%이자율)를 지불해야 한다. 다만 병의원들이 계약한 월급의 1/12를 따로 모아두고 나중에 퇴직할 때 주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데 이와 같이 연봉이 얼마인데 퇴직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월급으로 준다는 내용이 근로계약서에 적혀 있으면 이는 불법은 아니다.

박창범 교수 (heartp@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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